[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위원회(FIFA Disciplinary Committee)는 자국 여자 축구대표팀 선수에게 강제 입맞춤, ‘키스 게이트’로 번진 사건의 중심인물인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에게 90일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다.

26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주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FIFA 징계위는 규정 51조를 토대로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간 축구에 관한 어떠한 활동도 금지하는 징계 조처를 확정했다.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이 징계 기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기습적으로 입을 맞춘 자국 여자대표팀 멤버인 헤니페르 에르모소나 그의 가까운 지인에게 접촉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명령했다. 또 스페인축구협회 직원 역시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에르모소와 그의 가까운 사람에게 연락하는 것을 삼가게 했다.

FIFA는 ‘모든 사람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려는 약속의 일환’이라며 ‘이와 반대되는 모든 행동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성명을 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0일 스페인 여자대표팀이 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춰 논란을 일으켰다. 공적인 자리에서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한 행동으로 성추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에르모소도 개인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으로 팬과 소통하다가 루비알레스 회장의 ‘기습 키스’ 얘기가 나오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을 향한 비판은 거셌다. 에르모소가 가입한 선수 노동조합 ‘풋프로’ 역시 24일 성명을 내고 ‘이 행위가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는 행동으로부터 여성 축구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모범적인 조치가 채택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도 발끈했다.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은 ”(상대방)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 여성이 평소 겪는 성폭력과 같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냈다.

궁지에 몰린 루비알레스 회장은 결국 직접 사과를 통해 상황 정리에 나섰다. 그는 ”(남녀를 통틀어) 스페인의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는 날에 이 사태가 벌어졌다“며 자기 행동을 후회한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까지 ”축구협회장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FIFA도 이 사건을 조사하기로 하면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직위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적반하장격으로 태도를 바꿨다. 스페인축구협회는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법적 맞불‘로 대응할 뜻을 품었다.

FIFA는 결국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철퇴‘를 내렸다. 에르모스에게 접근 금지령 뿐 아니라 스페인 축구 행정에서 90일간 멀어지도록 했다.

한편, 남녀 스페인 대표 선수들은 루비알레스 회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대표팀 경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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