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마녀사냥 멈춰! 에르모소 진실을 말하라!”

자국 여자 축구대표인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강제 입맞춤, ‘키스 게이트’로 번진 사건의 중심인물인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의 어머니가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며 단식투쟁에 나섰다.

2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의 어머니인 앙헬레스 베하르는 스페인 남부 말라가 동쪽 모트릴에 있는 안달루시아 리조트 내 디비나 파스토라 교회에 들어가 “아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며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무기한, 밤낮으로’ 단식할 것이라고 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0일 스페인 여자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공적인 자리에서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한 행동으로 성추행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에르모소는 직후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으로 팬과 소통하다가 루비알레스 회장의 ‘기습 키스’ 얘기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에르모소가 가입한 선수 노동조합 ‘풋프로’는 나흘 뒤 성명을 내고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위가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레네 몬테로 스페인 평등부 장관 역시 “(상대방)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 여성이 평소 겪는 성폭력과 같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남녀를 통틀어) 스페인의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축하하는 날에 이 사태가 벌어졌다. 내 행동은 틀렸다. 실수를 인정한다.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까지 “축구협회장의 사과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결국 FIFA가 사건 조사에 나섰는데, 루비알레스 회장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적반하장격으로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법적 맞불’로 대응할 뜻을 품었다.

이후 26일 FIFA 징계위는 규정 51조를 토대로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간 축구에 관한 어떠한 활동도 금지하는 징계 조처를 확정했다.

하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의 어머니는 에르모소를 향해 “진실을 말하라”로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딸 등 다른 가족과 교회에 머물고 있는데 현지에서 ‘루비알레스를 지지하는’ 이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모트릴은 루비알레스 회장이 자란 곳이다.

루비알레스의 사촌이라고 밝힌 바네사 루이즈 베하르는 가족을 대표해 교회 밖으로 나와 “루비알레스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우리 모두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는 재판받지 않고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상이 아니다. 사실이 그를 대변할 것이다. 영상도 있고 녹취록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의가 실현될 것이며, 에르모소가 진실을 말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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