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그야말로 ‘역사적인’ 선수였다. 위대한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가치도 덩달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5억 달러를 넘어 6억 달러 이야기가 나왔으나 이제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29) 이야기다.

오타니는 17일(한국시간)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에인절스는 18일까지 68승 82패, 승률 0.453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다. 포스트시즌 탈락 확정이 임박했다. 에인절스도 여러 선수를 방출하면서 사실상 시즌을 접었다.

오타니의 2023시즌도 끝났다. 이미 지난 8월 우측 팔꿈치 인대 손상이 확인됐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 존 수술)이 유력해 보인다.

그래도 타자로는 계속 나섰다. 9월4일까지 뛰었다. 그러나 5일부터 오타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곧 돌아올 것’이라 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옆구리에 이상이 오면서 더 뛰지 못했다.

16일에는 아예 라커룸에 있던 짐도 모두 뺐다. 하루 뒤인 17일 부상자 명단 등재. 시즌 아웃이다. 그리고 오타니는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올시즌 리그 최고의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수로 23경기 132이닝, 10승 5패 167탈삼진, 평균자책점 3.14를 찍었다.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9이닝당 탈삼진 11.39개를 만들었다. 불같은 강속구에 포크볼과 스위퍼를 앞세워 타자들을 제압했다.

타자 오타니도 초특급이다. 135경기,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 102득점, 출루율 0.412, 장타율 0.654, OPS 1.066을 쐈다. 2년 만에 40홈런을 날렸다.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이 유력하다.

여기에 3할은 빅리그 데뷔 후 처음이다. 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할의 3-4-5를 넘어 3-4-6을 찍었다. 타점 5개만 더 만들었다면 3할-40홈런-100타점-100득점 타자가 될 뻔했다.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지만, 올시즌 아메리칸리그 가장 강력한 MVP 후보다. 최종 홈런 1위까지 차지한다면, 일본인 및 아시아인 최초로 홈런왕에 오르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오타니가 FA 시장에서 어느 정도 크기의 ‘잭팟’을 터뜨릴까 하는 부분이다. 10년 6억 달러 이야기까지 나왔다. 투수로 연봉 3000만 달러, 타자로 연봉 3000만 달러로 계산해 10년이면 6억 달러다.

결국 이런 계산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오타니를 계속 ‘이도류’로 쓴다는 보장 하에 가능하다. 보여준 것은 확실하지만, 이번에 당한 팔꿈치 부상이 걸린다.

토미 존 수술을 받는다면 ‘투수 오타니’는 당분간 볼 수 없다. 투수의 토미 존 수술 재활은 보통 1년 이상이다.

오타니는 앞서 지난 2018년 10월 이 수술을 받았다. 2020년 7월 돌아왔으나 2경기 등판에 그쳤다. 거의 2년을 보낸 후 2021시즌 다시 투수로 오롯이 던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같은 과정을 밟는다면 완전한 이도류는 2026년이나 가능하다는 뜻이 된다. 오타니를 원하는 팀들의 고민이 여기서 시작된다. 쓰지도 못할 부분에 돈을 쓰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또 있다. 오타니는 내년 서른살이 된다. 10년 계약이면 30세부터 39세까지 커버한다. 갈수록 몸이 ‘투타 겸업’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5억 달러 계약자는 없다. 에인절스 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이 12년 4억265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것이 역대 최대 규모다.

그 뒤를 LA 다저스 무키 베츠(12년 3억6500만 달러),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9년 3억6000만 달러)가 잇는다. 이들을 포함해 역대 3억 달러 이상 계약자는 총 13명이다.

오타니가 5억 달러를 돌파하려면 ‘이도류’의 브랜드 가치가 살아 있어야 한다. 어느 한쪽만 수행한다면 그만큼 받는 돈도 줄어들게 된다. 물론 ‘투웨이 스타’ 오타니를 오롯이 원하는 팀은 거액을 베팅할 수 있다.

때에 따라 한없이 잔인해지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오타니지만, 부상 앞에는 장사가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무수히 많은 ‘새 역사’를 썼다. 과연 FA 계약에서도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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