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영화 ‘1947 보스톤’에서 하정우는 故 손기정 선생을 연기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월계관으로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달리기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썼던 아픔을 갖고 있다. 하정우 혼잡했던 당대를 온몸으로 겪은 영웅의 상처를 진중하고 강직한 얼굴로 표현했다.

‘1947 보스톤’ 촬영기간은 2019년부터 2020년 초까지다. 하정우는 2019년 12월 2일부터 해커로부터 약 15억원을 달라는 협박을 받았다. 당시 해커는 주소록, 사진, 메일 등을 해킹했다면서 하정우에게 금전을 요구했고, 하정우는 촬영과 홍보 등 다양한 이유를 대며 시간을 끌었다. 그러다 메일 정보를 확인한 후 경찰에 넘겼고, 해커는 붙잡혔다. 이른바 ‘더 해커 라이브’라 불리는 사건이다.

하정우는 지난 25일 업로드 된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 ‘만날텐데’에 출연해 연기를 전공한 계기부터 최근까지 필모그래피를 모두 읊었다. 그 과정에서 오는 27일 개봉하는 ‘1947 보스톤’에 대해 설명하던 중 해커와 대화를 나누며 느낀 고충을 전했다.

영상에서 하정우는 “내가 어렸을 때 대학교 졸업반 때 강제규 감독님을 식당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아마 그때 ‘태극기 휘날리며’를 준비하셨던 것 같다”며 “갈매기살 집에 갔는데 강제규 감독님이 사람들과 모여서 소주를 드시면서 영화에 대해 얘기하더라. 나는 거기 앉아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영화의 초 메이저만 앉아있었던 거다. 감독님이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저기 끼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나도 진짜 좋은 배우가 돼서 저기 가서 방구 한번 껴야지’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10여년이 지나 강제규 감독으로부터 작품 출연을 제안 받은 하정우는 ‘1947 보스톤’에 출연하게 됐다. 그는 “개인적으로 특별했던 게 뭐였냐면, 내가 한번 해킹이 돼서 해킹범이랑 딜을 쳤던 적이 있다. 딜을 하면서 이 영화를 찍었던 거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오늘 처음 얘기하는 거다. 하루하루 난 해킹범이랑 대처를 해야 했고, 영화를 찍어야 했다. 몇 개월 준비한 신인데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거다”라며 “이번에 스크린 안에 나의 눈을 보면서 나의 그때 감정 연기를 보면서 ‘쟤 저때 진짜 힘들었는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기정 선생님의 애절함과 어쩌면 같은 감정으로 저기서 연기를 하고 있었구나 싶었다”라며 “한낱 개인의 하정우란 배우가 어떤 그런 개인사를 겪고 있는데 그거에 무너지지 않게 그 형님들이 ‘나를 끌어줄 수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과 결과론적으로 100만관객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나한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끝까지 찍을 수 있게 된 게 어쩌면 그런 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한다”고 마무리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