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박준범기자] ‘냉정과 열정 사이.’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7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일본과 결승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전승으로 대회 3연패의 위업까지 달성했다.

황 감독은 대회 내내 무표정과 평정심을 유지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쿠웨이트를 9-0으로 꺾은 뒤에는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라며 자만을 경계했다. 계속된 승리에도 황 감독은 선수들에게 격려보다는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계속해서 강조했다.

승리 후 단체 사진에도 황 감독은 되도록 함께 촬영하지 않으려 애썼고, 촬영한다 해도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자만심을 경계했다. 그리고 황 감독은 금메달을 확정한 뒤에서야 비로소 웃음을 보였다. 선수들과도 포옹했고, 헹가래를 받으며 활짝 웃었다.

황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긴장감을 유지했던 건 심리적인 것이 토너먼트 대회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즐기자고 했다. 컨트롤 하려고 했다. 다분히 방송용일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웃는 거 좋아한다”라고 농담했다. 믹스트존에서도 취재진과 인사하며 해후했다. 잠깐이었지만 이야기도 나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에서는 굉장히 냉철하고 냉정하게 상대를 공략했다. 신경전도 불사했다. 와일드카드 수비수 박진섭은 결승전에서 이마에 피가 나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럼에도 냉정을 되찾고 끝까지 추가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또 달랐다. 선수단은 훈련 때면 정우영은 직접 자신의 스피커를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 전, 스트레칭을 할 때까지는 음악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텐션을 올렸다. 때때로 노래를 크게 부르고, 소리를 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훈련이 시작된 후에는 진지한 태도로 임했다. ‘캡틴’ 백승호는 우즈베키스탄과 4강전이 끝난 뒤에는 취재진에 이례적으로 아쉬움과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고생을 털어낸 듯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백승호뿐 아니라 선수들은 우승을 확정한 뒤에는 물을 뿌리고 춤을 추고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황 감독과 포옹하며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았다. 그렇게 대회 내내 이들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갔다.

지난달 19일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결승전까지 흐트러짐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고비’는 있었지만, 포기하거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냉정과 열정’을 수없이 오간 황선홍호의 여정은 해피엔딩을 맞았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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