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 가치 감소· 세계적 리스크 ‘최소화’ 위해, 현금 유동성 확보

[스포츠서울 | 표권향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대비 62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익잉여금 증가액 대비 약 9억원 더 많은 금액이다.

11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지정 국내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278개 기업(금융사 제외)을 대상으로 현금 및 이익잉여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해 6월 말 기준 대기업의 현금 보유량은 294조82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8%(62조2336억원)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1136조3612억원에서 4.7%(52조8621억원) 오른 1189조2233억원으로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의 현금 규모가 46조3375억원(74.1%)으로 가장 높았다. 특히 전체 현금 증가분의 63.8%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영향이 가장 컸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기준 현금 보유량은 79조9198억원으로 지난해 39조5831억원보다 101.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310조2168억원에서 338조3107억원으로 9.1%(28조939억원) 올랐지만, 올 상반기 단기금융상품을 대거 처분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같이 단기금융상품을 처분하는 등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나선 이유는 향후 우리경제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미래 투자 가치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 등 전 세계적 위기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방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1일 올해 3분기 매출 67조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 현대자동차 등 9개사, 1조원 증가…HMM·KT는 1조원 감소

일 년 새 현금 보유량이 1조원 이상 늘어난 기업은 삼성전자 외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9곳이다. 현대자동차의 현금 보유량은 지난해 4조6483억원(28.8%) 오른 20조7777억원이며, 이익잉여금은 10.2% 증가한 7조7902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조8767억원(145.0%) 늘어 4조8602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SK에너지(1조8442억원) △두산에너빌리티(1조6271억원) △LG화학(1조5676억원) △SK하이닉스(1조4945억원) △삼성물산(1조2496억원) △현대삼호중공업(1조151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HMM과 KT는 지난해와 비교해 이익잉여금은 늘었지만, 현금 규모는 1조원 이상 감소했다. HMM은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 1조6977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말 3조4338억원과 비교해 1조7361억원(-50.6%) 줄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62.1% 증가한 4조467억원으로 공개됐다.

KT도 이익잉여금이 8530억원(6.3%) 늘었지만, 현금 보유량은 1조162억원(-36.0%) 감소했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기업 대다수가 증가액 이상으로 현금을 늘려 가용 자원을 확보한 상태”라며 “불안정한 경제 탓에 내외부적 위기 요인이 증가하고 있어 기업들이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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