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결혼은 뭘까? 왜 6년 된 커플을 저렇게 갈라놓을까?
지난 3일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30일’(남대중 연출)은 이혼 숙려 기간 중인 부부가 동반 기억상실을 겪는 내용을 담았다.
홍나라(정소민 분)의 결혼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됐다. 신랑이 오랜 연인인 노정열(강하늘 분)이 아니다. 기배(윤경호 분)의 술집에서 하염없이 술을 마시며 울고 있던 정열은 나라를 찾기 위해 나섰다. 그때 천둥·번개와 함께 문이 열리며 나라가 등장했다. ‘극적인 연애’의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이후 야외 결혼식이라는 낭만과 함께 행복한 삶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은 학원 선배 동생 축의금부터 시어머니의 잔소리에 동조하는 남편까지 사사건건 충돌했다. 사소한 오해가 쌓이며 결국 이혼 법정에 섰다.
법정에 선 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의 잘못을 들춰냈다. 일상 에피소드부터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까지, 법정이 아닌 하나의 코미디 쇼를 방불케 했다. 이들은 이혼 숙려 기간 30일을 선고받으면서 가정법원의 문을 나섰다.
이후 귀가하던 정열과 나라는 싸우던 중 트럭과 교통사고가 났다. 함께 병실에서 깬 이들은 서로를 기억하지 못하고 이들의 기억을 찾기 위한 나라의 어머니 보배(조민수 분)와 정열의 어머니 숙정(김선영 분)의 티격태격 공조가 시작됐다.
기억 찾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정열과 나라는 나라의 동생 나미(황세인 분)의 감시 하에 다시 동거를 시작했다. 또, 보배는 ‘나라와 정열의 기억을 찾아서’라는 모임을 열며 웃음을 자아냈다.
기억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서는 이들 커플은 영화에 ‘로맨스’를 첨가한다. 코미디로 점철됐던 영화에 로맨스가 등장하며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편입시켰다. ‘나라와 정열이 왜 결혼했지?’라는 의문도 데이트 장면에서 해소된다.
‘이혼’이라는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혼의 과정을 알려주는 영화다. 아름다운 연애에 낭만적인 결혼까지만 알던 관객에게 이혼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과정을 알려준다. 이혼 숙려 기간부터 구청 신고까지, 복잡한 조건을 보여주며 결혼도, 이혼도 세상에 쉬운게 쉬운게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다.
조민수의 연기 변신이 눈길을 끈다. 그는 영화 ‘피에타’(2012), ‘마녀’(2018)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선보이며 관객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품위가 넘친다. 누구보다 딸 나라를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나오는 반전들은 웃음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든든한 ‘친정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응답하라 1988’(2015), ‘사랑의 불시착’(2019), ‘세자매’(2021)의 김선영의 ‘현실 시어머니’ 역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나라에게 타박하는 장면은 그간 친숙했던 김선영을 없애버린다. ‘동반 기억상실증’이라는 환상적인 요소로 가장 현실적인 연애와 결혼을 담은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정열의 군대 선임이자 술집 사장인 기배 역의 윤경호가 ‘명품 웃음’을 안긴다. 그는 웃음은 물론, 적재적소에서 정열이 기억을 찾을 수 있는 조언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라와 정열을 재결합하는 ‘큐피드’로 역할을 한다.
황세인, 엄지윤, 송해나가 ‘30일’로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중 엄지윤은 코미디언의 ‘웃음 호흡’을 제대로 선보이며 영화의 웃음을 절정으로 치닫게 만든다. 웃을 일 없는 일상 가운데 영화를 통해 웃음을 찾게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미덕이 돋보인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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