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의정부=정다워기자] “이런 서브를 넣어도 되나 싶겠지만…”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이끄는 OK금융그룹 이번시즌 V리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팀이다. 일본 출신으로 V리그 남자부에 등장한 첫 번째 지도자인 데다, 최근 일본 배구가 국제 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 오기노 감독이 어떤 배구를 구사할지에 국내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단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오기노 감독의 배구 철학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22일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오기노 감독은 “서브 범실은 10회 이하, 공격 범실은 8회 이하로 줄이자는 목표를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일본 리그에서는 풀세트를 가도 공격 범실은 보통 5회 이하다. 그걸 목표로 하겠다”라며 범실을 최소화하는 게 팀의 최대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기노 감독의 주문은 경기를 통해 드러났다. OK금융그룹은 5세트를 치르는 동안 17회의 범실을 기록했다. 세트당 3.4회에 불과한 수치였다. 30회의 KB손해보험보다 현저하게 적었다. 공격 범실 5회, 서브 범실 9회로 오기노 감독이 제시한 목표도 달성했다.
시즌 첫 번째 경기인 한국전력전에서도 OK금융그룹은 범실 11회를 기록했다. 22회의 상대보다 정확히 50% 적었다. 두 경기에서 나온 범실이 단 28회에 불과하다. 남자부에서 가장 적은 범실을 기록하고 있다.
범실을 줄이기 위해 OK금융그룹은 서브를 안정적으로 넣는다. 강하게 득점을 노리는 서브가 아니라 일단 상대 코트에 넣는 게 우선인 약한 서브가 주를 이룬다. 오기노 감독 자신도 “이런 서브를 넣어도 되나 싶겠지만”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약하다. 실제로 OK금융그룹은 두 경기 합쳐 서브에이스를 단 6득점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KB손해보험전에서는 겨우 하나 나왔다.
강한 서브는 일종의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그냥 넘겨주는 서브는 상대의 강한 반격에 직면하기 때문에 범실을 각오하고 서브에이스를 노리는 게 일반적인 현대 배구의 기본적인 작전으로 통한다. 오기노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모 아니면 도의 공격을 하지 않고 연결하고 있다. 지금은 공격 범실을 많이 줄이고 있다. 서브 범실은 아깝다. 블로킹 시스템을 잘 준비하고 있다. 서브를 실수하며 블로킹 시스템을 가동할 수 없다. 연속 서브 범실을 하면 분위기도 가라앉는다. 찬스볼이어도 좋으니 상대에게 공을 넘겨주고 시작하는 게 낫다고 본다”라며 약한 서브는 수비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KB손해보험전에서 OK금융그룹은 블로킹에서 12대17로 밀렸다. 하지만 유효 블로킹 횟수는 15대11로 앞섰다. 공격성공률에서는 48%로 53%의 KB손해보험에 미치지 못했지만 끈질긴 수비를 통해 이를 만회했다. 한국전력전에서는 블로킹에서 15대9, 유효 블로킹에서 22대17로 앞섰다. 확실히 블로킹을 통해 기회를 만드는 팀이 됐다고 봐야 한다.
세터 곽명우는 “블로킹 시스템이 확실히 잘 돌아간다. 범실이 줄어드니 끈질긴 게 생겼다. 그러다 보니 체력 부담은 있다. 하지만 감독님은 선수와 타협하지 않는다고 이미 말씀하셨다. 트레이너를 통해 체력 관리를 잘하고 있다.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게 여기신다. 달라지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선수들도 불만 없이 따라가고 있다”라며 오기노 감독 체제에서 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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