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이강인의 파리생제르맹(PSG) 주전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강인은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파르크 드 프랑스에서 열린 AC밀란과의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3차전 경기에서 후반 44분 쐐기 골을 터뜨리며 PSG의 3-0 대승을 견인했다.

지난 주말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이강인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은 전반 32분 킬리안 음바페, 후반 8분 란달 콜로 무아니의 골로 2-0으로 앞선 후반 26분 우스만 뎀벨레를 빼고 이강인을 투입했다.

투입과 동시에 이강인은 날카로운 패스를 음바페에게 연결해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에도 오른쪽에서 공을 잡을 때마다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AC밀란 왼쪽 사이드백 테오 에르난데스와의 싸움에서 계속 승리했다. 드리블로 압박에서 벗어나거나 원터치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날 경기의 백미는 후반 44분 나왔다.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후 중앙으로 드리블을 치며 테오를 따돌렸고, 침투하는 워렌 자이르 에메리를 향해 패스를 연결했다. 이후 페널티박스 안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이 타이밍에 맞춰 자이르 에메리가 땅볼 패스를 내줬다. 중앙에 대기하던 곤찰로 하무스는 뒤에서 대기하는 이강인을 위해 페인트를 넣으며 시선을 분산시켰다. 공을 잡은 이강인은 간결하면서도 지체 없는 빠른 타이밍의 왼발 슛을 시도했다. 공은 그대로 골대 오른쪽 구석을 정확하게 찔렀다. 골키퍼 마이크 메뇽이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한 완벽한 슛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첫 번째 슛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플레이였다.

이강인은 10월 A매치 2연전을 통해 절정의 골 감각을 자랑했다. 13일 튀니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포함해 2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고, 17일 베트남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두 경기에서 3골을 뽑아냈다. 웬만한 스트라이커 못지않은 결정력을 선보인 후 PSG로 돌아갔다.

이 골이 갖는 의미는 크다. 이강인은 PSG 이적 후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프리시즌에 부상을 당하면서 제대로 테스트받지 못했고, 8월 말에도 또 다치면서 약 3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후에는 곧바로 아시안게임을 위해 중국 항저우로 떠났다. 곧바로 A매치까지 치러 장기간 PSG에서 자리를 비웠다. 주전 경쟁에서 불리한 게 사실이다.

이강인은 22일 스트라스부르와의 프랑스 리그1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PSG에 AC밀란전은 스트라스부르전보다 비중이 크다. 리그1에서는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여차하면 위기에 몰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수 있다. PSG는 AC밀란뿐 아니라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등 강팀들과 죽음의 조에 속했다. 이미 뉴캐슬에 패해 1패를 안은 PSG는 AC밀란전을 우선순위에 둬야 했다. 이강인보다 뎀벨레가 주전에 가깝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윙어인 뎀벨레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화려한 드리블을 구사하는 선수다. 이강인보다 인지도나 이름값 면에서 우월하다. 하지만 뎀벨레는 PSG 이적 후 기대만큼 활약하지는 못하고 있다. 프랑스 리그1 8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날 경기에서도 뎀벨레는 많은 출전 시간을 얻었지만 인상적인 플레이를 구사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잦은 드리블 실패, 패스 미스로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강인은 추가시간을 포함해 23분 정도만 뛰고도 골을 넣었고, 경기 내내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정도의 경기력이라면 엔리케 감독도 주전 카드를 놓고 고민할 만하다. 이강인이 PSG에서의 입지를 자신의 힘으로 넓혀가고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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