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정다워기자] 삼성화재의 부활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삼성화재는 5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8-26 25-21 25-22) 승리를 거뒀다.
삼성화재는 개막전에서 우리카드에 패한 뒤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최근 네 경기에서는 모두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고 3-0 승리를 거뒀다. 1라운드를 5승1패 승점 14로 마친 삼성화재는 선두에 올랐다. 우리카드와 승점, 승수가 같지만 세트득실률에서 앞서 1위를 차지했다. 삼성화재가 1라운드에 5승을 거둔 것은 2013~2014시즌 이후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예상 밖 선전이다. 삼성화재는 지난시즌 최하위로 자리했다. 이유 있는 부진이었다. 삼성화재는 과거처럼 국가대표급 선수를 보유한 팀이 아니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인건비를 쓴다. 자유계약(FA)으로 대형 선수를 영입하지 않은 지도 한참이 지났다. 자본이 곧 성적으로 직결되는 프로의 생리를 고려하면 삼성화재의 추락은 이상하지 않다.
악전고투.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지난시즌을 마친 후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대형 선수를 영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냈다. 베테랑 선수를 일부 정리했고, 젊은 선수 위주로 팀을 개편했다. 여기에 지태환, 고준용 두 명의 젊은 코치를 영입해 분위기도 바꿨다. 외국인 선수로 아웃사이드 히터인 요스바니를 영입해 공수에 걸쳐 전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구상은 적중하고 있다. 요스바니는 의심의 여지 없는 1라운드 최고의 선수다. 6경기에서 56%의 공격성공률로 161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26.8득점이다.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적은 세트를 소화하고도 득점 1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국내 선수의 활약도 충분히 뒷받침된다. 김정호는 묵묵하게 제 몫을 하고 2년 차에 주전으로 도약한 박성진도 기복 없이 뛴다. 지난시즌 신인왕 미들블로커 김준우는 자신감 있게 중앙에서 균형을 잡는다. 절치부심 새 시즌을 준비한 손태훈도 주전으로 합격점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전에서는 리베로 이상욱이 료헤이와 비교해 밀리지 않는 헌신적인 수비로 승리에 이바지했다.
1라운드 ‘미친 기세’에 모처럼 충무체육관도 들썩였다. 이번 시즌 세 번째 홈 경기에서 지난시즌 최다관중을 뛰어넘어 1871명을 기록했다. 지난 몇 년간 차분했던 체육관은 마치 봄 배구를 하는 듯 뜨겁게 타올랐다. 경기 후 울려 퍼진 노래 ‘아파트’에 많은 관중이 춤을 추며 기뻐했다. 김 감독도 “선수들이 신나게 했다. 역시 체육관은 뜨거워야 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1라운드 성적을 통해 삼성화재는 명가 재건의 신호탄을 쐈다. 이상욱은 “연승하니 기분이 새롭다. 우리 팀이 이기는 맛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자만하지 않고 가면 강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고의 1라운드를 보냈지만 김 감독은 들뜨지 않는다. 그는 명가의 부활을 기대해도 되겠냐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대신 “체력, 부상 관리가 중요하다. 우리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안 되는 것은 보완하고 가다듬겠다. 담담하게 가겠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1라운드를 잘 마쳤다. 시작은 좋으니 지난시즌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겠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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