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신민재 타석에 좌투수가 나올 때가 아니면 대타를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늘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적어도 장타를 피하는 모습은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감독이 경기 중후반 상대 좌타자에 맞춰 좌투수를 내세운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KS)에서는 이런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KT 마운드 운영이 특히 그렇다. KT 불펜에 좌투수가 전무하다. 투수 엔트리에서 유일한 좌투수는 선발 웨스 벤자민 뿐이다. 불펜 자원 김재윤, 박영현, 손동현, 주권, 이상동, 김영현, 김민 모두 우투수다.

LG는 어느 팀보다 좌타자의 비중이 높다. 베스트9 라인업(홍창기~박해민~김현수~오스틴 딘~오지환~문보경~박동원~문성주~신민재)에서 우타자는 오스틴과 박동원 뿐이다. 정규시즌 LG 타선은 좌투수 상대로 타율 0.277 OPS 0.755를 기록했다. 우투수 상대 타율 0.279 OPS 0.752로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세부적으로 보면 차이는 드러난다. 좌타자 오지환, 김현수, 문성주 모두 좌투수 상대로 우투수보다 낮은 장타율을 기록했다.

오지환은 우투수 상대 장타율 0.392, 좌투수 상대 장타율 0.378. 김현수는 우투수 상대 장타율 0.410, 좌투수 상대 타율 장타율 0.357. 문성주는 우투수 상대 장타율 0.390, 좌투수 상대 장타율 0.318을 기록했다. 문성주의 경우 타율 차이도 컸다. 우투수 상대 타율 0.320이지만 좌투수 상대로는 타율이 0.236까지 떨어졌다.

KT와 KS에서는 이런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벤자민 선발 등판 경기 외에는 좌투수와 만날 일이 없는 LG다. 그래서 대타의 비중도 줄였다. 당초 김민성, 김범석, 이재원을 대타 카드로 고려했는데 대타 자원 셋 중 김민성, 김범석 두 명만 엔트리에 넣었다.

염경엽 감독은 KS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민재 타석에 좌투수가 나올 때가 아니면 대타를 쓸 일이 없을 것 같다”며 베스트 9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정규시즌에서도 대타 없이 경기에 임했고 문제가 없었다. 시즌 내내 타격 지표 1위에 자리했고 팀 타율 0.279과 팀 OPS 0.755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만일 KS 상대가 NC였다면 LG의 엔트리도 달라졌을 수 있다. NC 불펜에는 김영규, 임정호, 최성영 등 불펜에 좌투수가 있다. 김영규 혹은 임정호가 신민재나 문성수 상대로 마운드에 오르면 대타 카드를 더 비축할 필요가 있다.

KS 상대는 NC가 아닌 KT가 됐고, 대타 자원을 줄이는 대신 대주자 자원을 늘렸다. 이재원이 아닌 손호영이 야수 엔트리 마지막 자리에 들어갔다. 정규시즌에서도 그랬듯 김현수, 박동원, 오스틴이 경기 후반 출루하면 대주자 카드를 펼칠 전망이다.

정규시즌 LG는 KT와 상대한 16경기에서 도루 33개·도루 성공률 82.5%를 기록했다. 시즌 도루 성공률 61.9%가 KT 상대로는 20% 가량 올랐다. 도루 저지율 14.6%를 기록한 장성우를 상대로 KS에서도 다음 베이스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숫자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 단기전은 특히 그렇다. 게다가 KS는 서로가 서로를 잘 파악한 채 맞붙는 오픈 북 테스트다.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감독 머릿속에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자리하고 있다.

염 감독은 ‘KS에서도 적극적으로 뛸 것인가?’라는 질문에 “페넌트레이스와 KS는 분위기도 다르고 전략적인 면도 다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과감하고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했다면 KS는 확률이 높고 신중한 도루가 이뤄질 것 같다. 성공 확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2021년 1위 결정전에서 보듯 주전 포수 장성우의 도루 저지 능력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전혀 다르다. 우리는 장성우를 믿고 간다”고 장성우를 향한 강한 신뢰를 보였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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