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대한축구협회(FA)컵의 ‘권위’는 스스로 세워야 한다.

하나원큐 FA컵은 지난 4일 포항 스틸러스의 10년 만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FA컵은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대회다. 프로부터 아마추어까지 모두 출전한다. 하부리그 팀이 상위리그 팀을 꺾고 ‘업셋’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권위’를 스스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FA컵은 이미 지난 8월에 열렸어야 할 4강을 연기했다. ‘잼버리’와 태풍 ‘카눈’의 여파였다고는 하나, 이후 처리도 일방적이었다. 축구협회는 4강에 오른 팀에 향후 일정을 위한 원하는 날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4팀이 날짜를 제출했으나, 축구협회는 구단의 의견 대신 4강을 11월로 옮겼다. 그리고 홈 & 어웨이로 진행돼야 할 결승을 단판 승부로 바꿨다. 규정을 한 번의 결정으로 바꾼 것이다.

단판 결승전이 성사되고 난 후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원정 팬의 비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단판으로 한 경기장에서 열렸을 때 원정 팬 비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K리그가 비교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전북 측은 원정석의 확대를 요구했고, 포항 측은 K리그에서 원정석에 할당하는 5%를 넘는 8%를 배분했다.

더욱이 비디오 판독(VAR)도 4강까지는 진행하지 않고, 결승전에만 VAR이 가동된다. 토너먼트에서는 연장전과 승부차기도 있는 만큼, VAR 운영을 확대해 대회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이와 같은 협회의 운영으로 불만이 가득하다. 한 관계자는 “ACL의 운영과 상당히 비교된다. 전혀 체계가 잡혀 있지 않는 것 같다. 협회의 인원은 많은데 누가 일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승을 앞두고 실시한 구장의 사전 답사와 미팅 때도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많았다고 한다. 협회는 대회 운영의 도움을 받고자 대행사를 두고 있는데, 협회 관계자들이 오지 않은 미팅도 있었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승전 당일 시상식 리허설에도 순서만 맞춰보는 데도 필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는데, 이 과정에서 협회 관계자끼리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결승전이 끝난 뒤에도 ‘패장’인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의 인터뷰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는 협회가 전북에 제안해 이뤄진 것이다. K리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의 경우 의무 사항이고 불참하면 벌금을 낸다. FA컵 규정에도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대해 ‘경기 종료 후 패한 클럽부터 실시(무승부 시 어웨이 클럽부터 실시), 10분 이내’라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자체적으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상금도 마찬가지다. FA컵 상금은 3억에 불과하다. 국내 최고의 권위를 가진 대회라고 스스로 외치지만 K리그 우승 상금(5억원)보다 2억이 적다. ACL 출전권을 따내는 것 외에 이점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관계자는 “FA컵이 프로와 아마추어 축구팀을 망라한다고 하는데, 협회 운영이 과연 프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FA컵 운영만 한정해도 협회의 운영과 행정 처리는 ‘낙제점’을 줘도 모자람이 없다. 대회 권위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대회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협회 스스로 세우는 것이다. 말로만 ‘권위’를 외쳐서도 세워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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