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근육 부상은 기우였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입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파리생제르맹(PSG)의 이강인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열린 AC밀란과의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4차전 경기에서 후반 15분 교체로 들어가 추가시간까지 약 38분을 소화했다.

경기 전 이강인의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근육 부상으로 인해 경기 전날 공식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했다는 비보였다. 그래서인지 이강인은 베스트11에서 빠졌고, 대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우려를 깨고 이강인은 팀이 1-2로 뒤진 어려운 시점에 들어갔다. 투입 후 주로 왼쪽에서 움직이던 이강인은 킬리안 음바페와 패스를 자주 주고받으며 공격 기회를 모색했다. 특유의 볼 소유 능력과 정확한 패스로 공객 전개의 키플레이어 역할도 수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수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공을 빼앗았고, 공중볼 경합에서 승리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날 경기에서 이강인의 하이라이트는 후반 43분 나왔다. 왼쪽에서 반대편으로 직접 공을 전환한 이강인은 공간을 찾아 페널티박스 안으로 이동했다. 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현란한 상체 페인팅을 통해 순식간에 자신을 마크하던 올리비에 지루를 따돌렸고, 템포 빠른 왼발 슛을 시도했다. 이강인의 발을 떠난 공은 골 포스트를 강하게 때리며 골라인 밖으로 나갔다. 완벽하게 개인의 능력으로 만든 득점 기회였다. 골망을 흔들지 못했지만, 이날 후반전 공격 상황 중 가장 위협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산 시로는 이탈리아 축구의 성지이자 심장으로 통한다. AC밀란은 과거 세계 최고의 팀으로 군림했다. 지금은 당시의 명성에 비해 약하긴 하지만 여전히 산 시로는 원정팀의 무덤이다. 그런 곳에서 이강인은 기 죽지 않고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근육 부상으로 인해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지만 이강인은 앞서 세 경기에서 2골1도움으로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했다. 만약 이 골이 들어갔다면 이강인은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에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골대를 때린 게 더 아쉬웠다.

흥미로운 것은 경기 후 PSG 팬의 반응이다. PSG 인스타그램 댓글을 보면 이강인의 선발 출전을 요구하는 팬의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한국 팬이 아니라 프랑스 현지인으로 보이는 팬 대다수가 이강인과 우스만 뎀벨레 등을 비교하며 이강인이 베스트11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이강인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다. 이날 선발로 들어간 뎀벨레는 전반전 내내 위협적인 플레이를 구사했지만, 후반 들어 경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후반전에는 턴오버를 남발하며 공 소유권을 상대에게 헌납했다. 이강인과 확실히 비교되는 경기력이었다.

현재 흐름이라면 이강인은 주전 경쟁에서 큰 어려움 없이 출전 시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PSG 같은 빅클럽에서 완벽한 주전은 없다. 음바페 정도가 아니면 공격, 미드필드 쪽에서 선발 출전을 100% 장담할 선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 정도의 출전 시간을 얻는 것만 봐도 이강인의 실력과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AC밀란전에서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이 끊긴 이강인은 12일 랭스와의 프랑스 리그1 12라운드 경기를 준비한다. PSG는 리그1 2위에 자리하고 있다. 랭스는 4위다. 승리가 필수인 만큼 이강인의 활약도 필요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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