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야구전문가들이 말한다. 한국시리즈(KS)에 직행하는 정규시즌 1위 팀이 가장 유리하다고. 하지만 LG는 다르다. 1선발 아담 플럿코가 없기 때문이다. 가을야구에서 1선발이 있고 없고는 엄청난 전력 차이를 부른다. 만약 각 팀 1선발을 빼고 우승확률을 따지면 LG의 순위도 낮아진다. 그래서 LG가 KS에서 우승하면 그건 말그대로 ‘찐’우승이다.

LG가 플럿코 없이 선발진을 구성한다고 했을 때, 나는 LG가 KT에 비해 전력상 유리하지 않다고 봤다. KBO리그에서 외인 에이스의 비중은 매우 높다.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양팀 모두 대부분 1,2선발의 맞대결이 성사되고 여기서 팀의 운명이 갈린다. 1,2선발에 비해 3,4,5번 선발은 던질 일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데 LG는 원투펀치 중 1명이 빠진 것. LG의 우승을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다.

플레이오프를 돌아봐도 알 수 있다. 만약 NC 마운드에 에릭 페디가 있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NC와 KT의 결과는 바뀌었을 수 있다. 만약 KT도 쿠에바스가 없었다면 배제성이 나와 던졌을 거다. 그런데 쿠에바스와 배제성의 무게감은 다르다. 그만큼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외인 선발의 영향력은 크다. 절반 이상의 전력이다. 우승확률 가능성을 올리고 내리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외인 선발이다.

LG 염경엽 감독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플럿코를 배제하고 마운드 운영을 짜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LG의 KS 2차전 승리를 지켜보며 느꼈다. 1선발 부재가 정말 좋은 기회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LG가 플럿코 없이 정상에 오르면, 그건 단순히 29년만의 우승 한풀이를 넘어선다. 단순히 인기팀의 승리가 아닌, 응집력 강한 팀이 탄생하는 좋은 사례가 된다.

염 감독은 KS를 준비하며 플럿코를 빨리 지워내며 외인에 매달리지 않았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내부경쟁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반전 카드로 삼았다. 불가피했지만, 진짜 강팀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 것. 그래서 LG가 최종전 정상에 오르면 그건 최근에 보지 못한 ‘찐’우승이라고 나는 본다.

KS 2차전을 복기해보자. LG 선발 최원태는 1회를 버티지 못했지만 KT 선발 쿠에바스는 건재했다. KS와 같은 큰 경기에서 1회 4점은 넘기 힘든 벽이다. 그러나 LG는 토종 불펜진 7명이 마운드에서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닦았다.

NC는 막판 페디의 부재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LG는 아예 처음부터 플럿코를 제외했다. 2선발로 세운 최원태도 무너졌다. 하지만 LG는 마운드의 전체적 운영에 다양성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향후 외인 활용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양팀 외인 대결이 아닌 외인과 토종의 대결. KS무대에서 1선발이 빠진 도미노 현상은 앞으로 한국 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LG의 토종 투수들은 새로운 기회와 경험에 직면할 것이다. 극복해 낸다면 투수의 기량 발전과 더불어 타자 외인을 뽑는데도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팀들이 야수 부족을 호소하면서도 결국 외인 투수를 뽑는다. 그 과정에서 국내 투수진의 기량은 정체됐다. 일본의 경우, 최근 외인투수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됐다.

그래서 이번 KS에서 LG 1선발이 빠진 건, 한국야구 전체에 좋은 울림을 줄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LG와 KT를 모두 응원하지만, 그래도 우승은 LG의 품에 안기길 바란다. 그게 제대로 된 우승이며 전체 야구 발전에도 청신호를 울릴 것이기 때문이다.

저니맨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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