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첫 사랑은 쉽게 첫 사랑에 머물게 된다. 처음 경험하는 감정의 물결에 쉽게 흔들린다. 서툴러서 더 설레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더 크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티빙 오리지널 ‘소년 소녀 연애하다’(이하 ‘소소연’)는 첫 사랑의 모먼트를 담아냈다. 10명의 남녀가 전라북도 고창의 한 학교에서 처음 만나 조금씩 상대를 알아가며 마음을 나눈다. 넷플릭스 ‘열아홉 스물’과 비슷한 맥락인데, 또 다른 지점에서 설렘 포인트가 있다.

공개 전부터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박희연 PD,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언주 작가,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이희선 PD 등이 만나 연애 프로그램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또, 방송인 재재, 구독자 129만 명을 보유한 ‘빠더나스’의 문상훈, 가수 권정열, 위키미키 최유정, 제로베이스원 성한빈 등이 패널로 합류해 재미를 더했다.

‘소소연’을 연출한 이희선 PD와 이언주 작가, 그리고 패널로 등장한 방송인 재재와 문상훈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촬영 비하인드, 과몰입 현장을 소상히 설명했다.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출연진의 과거가 방송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흔하다. 또,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촬영장 관리를 어떻게 했나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이언주 작가는 다소 어린 출연진들을 위해 만반의 대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언주 작가는 “10대들이 볼 콘텐츠가 많지 않아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실 연애 리얼리티는 제작진이 판을 깔고 출연자들이 연애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화학작용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아 촬영 현장에 상담 선생님을 모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출연자들이 깔끔하게 감정정리를 하면서 상담 선생님은 결국 제 역을 못 하시고 TV 보듯이 현장을 보다 갔다. 또, 학교폭력 문제도 검증하긴 했지만, 가정, 학교, 학원 등에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잘 적응할 친구인지 정신적인 부분을 확인하기도 했다”고 덧붙엿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의 제작진이 함께한 만큼 ‘소소연’과 ‘환승연애’ 출연자 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기본적인 나이 차이나 상황들이 다르긴 하지만, 제일 달랐던 건 음주의 유무였다.

이희선PD는 “성인들로 구성된 ‘환승연애’는 술이 매개체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소소연’ 청소년 친구들은 우유랑 주스를 마시면서 술이 없이도 가감 없이 감정을 말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라며 “오히려 성인 연애 프로그램할 때가 감정이 더 어려웠다. 10대들은 이성과 동성 친구가 더 잘 지냈고 사회에 있는 성인보다 훨씬 쉬웠다고 느꼈다”라고 청소년의 성숙한 모습을 칭찬했다.

방송인 재재 역시 “여기 나오는 친구들이 본인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도 접는 것도 매우 빠르다. 매 순간 후회도, 미련도 없이 감정을 쏟아내다 보니 최근 제 주변에서 본 적이 없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있는 거 같다”며 “나이 들수록 다칠까 봐 더 천천히 걷게 되는데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다”라고 10대의 열정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소연’은 네이버 웹툰과 컬래버를 진행해 동명의 웹툰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 저력은 방송인 유병재 매니저 출신의 유규선 대표가 발휘했다.

유 대표는 “네이버 웹툰은 늘 10대 연애 웹툰이 잘됐다. 그런데 요즘 ‘학생 연애’ 장르에 공백이 있어서 타이틀 컬래버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진행했다. 웹툰에서 ‘소소연’의 모습을 찾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는 속담처럼 많은 사람들이 10대 시절은 금방 잊곤 한다. 그렇기에 ‘소소연’ 제작진들이 어떻게 10대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들의 분위기를 파악했을지 궁금했다.

이언주 작가는 “대학교 1학년인 조카의 친구들과 만나거나 출연진들을 만나며 여러 가지를 배우긴 했지만 많이 부족했다. 지금도 편집하면서 10대들의 모습이 또 보이고 시청자들도 그런 10대의 문화를 많이 배우는 거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10대의 문화를 반영해 호응을 얻은 것이 바로 틱톡과 인생네컷이다. 특히 인생네컷은 서울에서 필름을 가지고 와서 새로 넣었다”며 “틱톡도 현재 2400만 뷰 정도 달성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티빙은 해외에서는 보기 힘들어 불법 사이트에서 보는 경우가 많아 저희가 직접 자막을 달았다”라고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밝혔다.

패널인 재재와 문상훈은 ‘소소연’ 촬영 중 도파민 디톡스를 한다는 동시에 치킨과 맥주를 갖다 달라고 했다는 비화를 전했다.

재재는 “‘소소연’으로 조건 없는 사랑을 배웠습니다. 도파민으로 가득 찬 시대이기에, ‘소소연’이 맑고 깨끗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라며 “여기 친구들이 정말 맑고 순수해서 어두운 곳에 들어가면 손도 잡아야 할 거 같은데 스킨십이 없어 아쉬웠고 템플 스테이를 하는 기분”이라며 능청을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문상훈 역시 “저는 부모님의 마음으로 친구들을 바라봤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상처받는 모습이 부모님들이 보시기엔 얼마나 자기 자식이 안타까운지 느꼈다. 또, 제가 학생들을 상대로 자극적인 표현을 쓴 게 아닌지 어른들의 더러운 생각을 하며 반성하기도 했다”라며 “아무도 막지 못하는 도파민이 가득 한 이 사회에 ‘소소연’이 금연초 혹은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많은 대중에게 10대의 교제는 두려움이 가득 찬 소재다. 그런 만큼 비판도 많이 제기되는 걸 제작진들은 모르지 않는다.

이언주 작가는 “최근 방송이 자극적인 소재로 가득 찼지만 이게 일반적인지 아닌지 판가름할 수 없다. 저희 방송에 보이는 10대들의 모습은 다양한 청소년의 모습 중 일부를 담은 것일 뿐”이라며 “저도 요즘 애들이 ‘까졌다’고 생각했는데 ‘소소연’을 촬영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런데 이건 저희의 선입견으로, 저희가 어릴 때도 지금 친구들과 비슷하지 않았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문상훈도 “이 프로그램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보고 반성하는 최초의 프로그램”이라며 “학교 선생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다. 선생님들이 ‘너희를 보고 문학을 논했다’고 하실 거 같다”고 확신했다.

이희선 PD는 출연진뿐만 아니라 다른 10대들에게 “순수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고등학생 때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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