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기자] 조규성(미트윌란)~황희찬(울버햄턴)~손흥민(토트넘)~황의조(노리치시티)~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유럽파 공격수’가 릴레이 포를 가동한 한국 축구가 싱가포르에 대승,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첫 발걸음을 가볍게 내디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랭킹 24위)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1차전 싱가포르(155위)와 홈경기에서 5-0 대승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북중미 대회를 겨냥한 첫 경기에서 대승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오는 21일 중국 원정 경기를 통해 2차전을 치른다. 더불어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을 대비해 지난달 베트남전(6-0 승)에 이어 싱가포르까지 밀집 수비를 펼치는 팀을 상대로 다득점 승리를 거두며 의미를 더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밀집 수비가 예상된 싱가포르를 상대로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조규성이 최전방에 서고 손흥민이 뒤에서 프리롤을 맡았다. 2선은 황희찬 이재성 이강인이 섰다. 그리고 3선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황인범이 홀로 도맡았다. 포백은 이기제~김민재~정승현~설영우가 섰고, 골문은 김승규가 책임졌다.

싱가포르는 한국계 귀화 선수 송의영이 샤왈 아누아르와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췄다. 2선에 샤흐 샤히란이 받쳤고, 나즈롤 나자리, 시푸완바하루딘 하리스 하룬 라이한 스튜어트가 2선을 꾸렸다. 스리백에는 이르판 판디 아콥 말러 라이오넬 안이 섰다. 골키퍼 장갑은 하산 서니가 꼈다.

전반 6분 손흥민의 오른발 프리킥으로 예열한 한국은 싱가포르의 밀집 수비를 깨기 위해 애썼다. 손흥민이 2선 중앙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수비를 끌고 다녔다. 여기에 좌,우 윙어인 황희찬과 이강인이 개인 전술을 앞세워 싱가포르를 흔들며 쉴 새 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마침내 전반 22분 이강인의 크로스를 조규성이 헤더로 떨어뜨렸고, 이재성이 발을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때 부심은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다. 그러나 현지 중계 화면으로 보면 이재성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지 않았다. 2차 예선은 비디오 판독(VAR)이 없다. 심판진의 오심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흔들림 없이 몰아붙였다. 전반 28분 이강인의 크로스를 이재성이 헤더로 연결했으나 상대 골키퍼 하산 서니 선방에 막혔다. 그는 전반 31분 경기 지연으로 옐로 카드를 받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한국계 귀화 선수 송의영을 앞세워 종종 역습을 펼치다가 전반 막판엔 아예 수비 지역으로 내려와 철통 방어를 펼쳤다. 전반을 무실점으로 마치려는 의도가 보였다. 하지만 이때 한국은 허를 찔렀다. 전반 44분 이강인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차 올린 공을 조규성이 달려들며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6만4381명 만원 관중이 환호했다.

1-0 리드한 채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서도 공격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킥오프 4분 만에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이강인이 발끝에서 비롯됐다.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나즈룰 나자리, 야콥 말러의 견제에도 화려한 개인기로 사이를 파고 들었다. 마지막 순간 걸려 넘어졌지만 조규성이 재빠르게 공을 따내 골문 가까이 크로스했고, 황희찬이 달려들며 헤더로 득점했다.

추격에 나선 싱가포르는 후반 9분 프리킥 기회에서 샤왈 아누아르가 한 차례 골망을 흔들었지만 앞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오히려 기세를 올린 한국이 후반 17분 쐐기포를 해냈다. 이번엔 손흥민이었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그는 가운데로 드리블하더니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 차기 슛으로 싱가포르 골문 구석을 저격했다. 그의 마법 같은 슛 궤적에 상암벌 함성은 절정에 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 득점 직후 조규성, 이재성, 이기제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황의조, 정우영, 김진수를 각각 교체로 투입했다.

한국은 후반 21분에 페널티킥까지 얻어냈다. 이강인의 절묘한 뒤꿈치 패스를 받은 풀백 설영우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을 파고들다가 송의영에게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 스폿을 찍었다. 키커로 나선 황의조가 깔끔하게 오른발로 차 넣으며 네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후에도 황인범, 황희찬 대신 이순민, 오현규를 교체로 투입하면서 공격진과 허리에 힘을 줬다. 한국은 후반 40분 이강인이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슛으로 팀의 다섯 번째 골을 터뜨렸다.

후반 추가 시간 4분까지 사력을 다한 한국은 결국 다섯 골 차 리드를 지키면서 홈 팬 앞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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