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올해 김장 비용은 21만8000원으로 지난해보다 9%가량 소폭 줄었지만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 먹는 ‘김장족’은 점차 줄고, 완제품 ‘포장김치’를 사 먹는 소비자들이 느는 추세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가 올해 발표한 ‘김치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가구의 김치 조달 방법 중 포장김치 구입 비중은 2017년 10.5%에서 2020년 31.3%로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김치 시장에도 점점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 포장김치 매출 증가 중…‘김포족’을 잡아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에서 지난달 발표한 ‘2023년 김장 의향 및 주요 채소류 공급전망’에 따르면 올해 직접 김치를 담그겠다는 의향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4~13일 소비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으며, 조사 내용은 2023년 김장철 소비자 중심의 김장 수요, 김장김치 조달행태, 김장채소류 구매 행태 등이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3년 김치를 직접 담그는 비율은 63.3%로 지난해(65.0%) 대비 1.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시판김치 구매 비율은 29.5%로 전년(25.7%) 3.8% 늘었다. 이는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시판김치 구매에 대해 필요한 물량 만큼 구매가 가능하고 김장의 번거로움도 해소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만 구매 가능해서’(54.5%)’, ‘김치 담그기 번거로워서’(32.8%)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장 재료 구매 부담이 커지고 김장 자체를 번거로워하면서 포장김치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담그게 될 시 재료를 대폭 줄여 비용을 줄이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소비자들이 시판김치 구입 시 고려사항은 ‘맛 또는 품질’(52.1%), ‘선호 브랜드’(23.2%),‘ 원재료의 국내산 여부’(15.6%), ‘인증마크 또는 원산지’(4.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시판김치 주요 구매처로는 ‘인터넷쇼핑몰 또는 TV홈쇼핑’(41.1%)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대형 유통업체’(26.2%), ‘소매점’(7.2%), ‘반찬가게’(6.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자 호텔업계 PB김치, 마트PB를 넘어 편의점까지 김치 대전에 참전하고 있다.
◇ 포장김치 각축전…편의점도 뛰어들었다
호텔업계 PB 김치,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가 출시되면서 기존에 종가집-하선정 양강 체제로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김치 시장에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팬데믹 기간 집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포장김치 시장은 지난해까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21일 동안 포장김치 판매율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반복하고 있으며, 1위 종가집 김장김치 7㎏ 4만9800원, 2위 노브랜드 별미 포기김치 3.5㎏ 1만5980원, 3위 노브랜드 김장김치 10㎏ 35900원, 4위 종가집 시원깔끔포기김치 3.3㎏ 3만3000원, 5위 CJ비비고 썰은배추김치 500g 9980원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에서도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포장김치 완제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열무김치 판매량은 170% 늘었으며, 겉절이도 65%가량 늘었다. 이밖에 실비김치, 파김치, 갓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 완제품 역시 골고루 판매량 증가세를 보인다.
컬리는 “배추, 고춧가루, 소금 등 김장 재룟값이 크게 늘어났으며, 김장하는 가정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이에 따라 맞춰 원하는 맛의 김치를 간편하게 꺼내 먹을 수 있는 포장김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SSG닷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완제품 배추김치 매출은 5%, 완제품 총각·열무김치 매출은 30% 늘었다. 이 밖에 물김치도 13% 신장했으며, 포장 배추김치 중에서는 5㎏ 미만 단량 상품의 인기가 특히 높았다고 전했다.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조선호텔 김치’는 지난 21년 전체 매출 전년 대비 55%, 올해 1월~10월 매출 (22년 전체 매출 대비) 20% 신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로 주목받는 편의점 업계도 이에 가세했다. CU는 먼저 전국 매장에서 1㎏ 내외 용량의 인기 상품들을 한데 모아 할인가에 선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CU가 매년 진행한 김장 김치 기획전은 2020년 60.6%, 2021년 83.7%, 2022년 113.5%로 전년 대비 매출이 지속해 크게 증가해왔다. 포켓CU 홈배송을 통해 김장 김치를 구매한 고객들도 지난해 대비 2.5배 늘었다.
GS25도 지난해 포장김치는 20.3% 신장했으며, 동기간 5㎏ 이상의 포장김치 매출은 10%p 이상의 33.9% 신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도 시판김치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올라간 상태다. 또 맛으로 비교해 봐도 전혀 뒤처지지 않아 앞으로 시판김치 매출률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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