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헹가래의 기쁨 뒤.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의 마음은 마냥 편치 않았다.

정 감독이 이끄는 김천은 하나원큐 K리그1 2023 K리그2의 우승을 차지했다. 2024년 1부 리그 다이렉트 승격 티켓도 김천에 돌아갔다.

대반전이다. 김천은 시즌 초반 길을 잃고 헤맸다. 전임 사령탑이 물러난 뒤 정식 감독을 뽑지 못한 채로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에 팀의 구심점이 부족했다. 정 감독의 김천 데뷔전이었던 6월10일 안산 그리너스전 직전 순위가 6위였다. K리그1 수준의 스쿼드를 보유한 김천이 이해하기 어려운 순위였다.

정 감독 부임과 함께 김천은 리더십을 새롭게 구축한 팀으로 변신했다. 김천은 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4연승을 달리며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정 감독 체제에서 치른 23경기에서 15승2무6패로 승점 47을 획득했다. 특히 시즌 마지막 7경기에서는 6승1무를 기록하며 부산 아이파크를 따돌리고 극적으로 정상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26일 서울 이랜드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며 드라마틱하게 승격을 확정한 정 감독은 헹가래를 받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정 감독은 “서울 이랜드에서 어려움을 겪은 후 나에게는 이런 순간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승강플레이오프를 준비하기 위해 K리그1 경기를 자주 봤다. 이런 극적인 결과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라며 “그래도 이렇게 승격하게 돼 기쁘다. 우승이라는 운을 만나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승격의 기쁨을 뒤로하고 정 감독은 마음이 마냥 편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그는 “하필 마지막 상대가 서울 이랜드였다. 서울 이랜드는 늘 마음으로 응원하는 팀이다. 미안한 마음도 있기 때문에 더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 이랜드가 올해에도 쉽지 않았는데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승격하게 되니 생각이 복잡하다”라고 털어놨다.

부산의 다이렉트 승격 실패도 정 감독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결과다. 김천은 군팀이라는 성격상 승격을 환영받지 못한다. 당연히 대도시인 부산을 연고로 하는 팀이 1부 리그로 복귀하는 게 낫다는 관계자, 팬의 의견이 우세했다.

정 감독도 이 사실을 잘 안다. 정 감독은 “부산이 스스로 우승해 승격할 것이라 생각했다. 올해 열심히 잘했고, 경기력도 계속 좋아 보였다. K리그 흥행이나 여러 면에서 부산의 우승과 승격을 응원한 분이 많은 것을 안다. 그래서 더 마음이 편하지 않고 무겁다”라고 말했다.

다음시즌 구상을 생각하면 정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진다. 처음으로 겪는 1부 리그 도전인데 스쿼드 구성이 쉽지 않은 게 문제다. 조영욱의 조기 전역을 필두로 올해 12월에 10명이 전역하는데 보강 인원은 4명에 불과해 쉽지 않은 시즌 초반을 보내야 한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인해 입대 예정이었던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대부분 합류하지 않는다.

정 감독은 “꿈꿔왔던 1부 리그에서의 도전을 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기대도 된다”라면서도 “과거처럼 김천이 화려한 스쿼드로 승부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팀을 잘 조직해보겠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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