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팀의 1승이 더 중요하다.”

삼성 ‘끝판 대장’ 오승환(41)이 프리에이전트(FA) 김재윤 영입을 반겼다. 어쩌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후배이자 ‘굴러온 돌’이다. 그러나 대장은 의연했다. 크게 본다. 동시에 삼성과 박진만 감독도 부담을 덜었다.

오승환은 지난달 30일 열린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김재윤이라는 좋은 마무리 투수가 왔다. 보직 고집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그럴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끝판 대장은 삼성 부동의 마무리다.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2023시즌에도 58경기 62.2이닝, 4승 5패 2홀드 30세이브, 평균자책점 3.45를 올렸다. 리그 세이브 3위에 3연속시즌 30세이브다.

부침이 있었던 것은 맞다. 대신 후반기만 보면 32경기 32.2이닝, 2승2패20세이브, 평균자책점 2.20이다. 후반기 세이브 1위가 오승환이다.

이런 오승환이 있지만, 삼성 불펜 전체로 봤을 때는 아쉬움이 컸다. 평균자책점 5.16으로 리그 최하위. 이에 비시즌 불펜 보강에 나섰다. 그 결과물이 김재윤 영입이다.

고우석 등과 함께 현존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꼽히는 투수다. 4년 총액 58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삼성의 의지가 엿보이는 영입이다.

분명 도움이 될 자원이다. 한편으로는 ‘마무리는 누구인가’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고와 최고의 만남이어서다. ‘더블 스토퍼’라지만 어쨌든 한 명으로 고정하는 쪽이 낫다.

자칫 어느 한쪽의 마음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 오승환이 강렬한 한마디를 남겼다. ‘마무리 고집은 없다’고 했다. “팀이 1승이라도 더 올리는데 어떤 역할이든 최선을 다하겠다. 감독께서 정해주시겠지만, 몇 회에 나가든, 언제 나가든, 팀이 많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재윤은 미국 있을 때 개인적으로 연락도 했다. 굉장히 좋은 선수다. 팀이 강해질 것이다. 얘기하면서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겠다. 그게 내 역할이다.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내 목표”라고 강조했다.

물론 순순히 물러날 생각은 당연히 없다. 오승환은 “내려놓으려고 한다. 개인 기록보다 팀 기록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편하게 하려고 한다. 몸 상태는 아직 괜찮다. 마음 한구석에는 욕심도 남아 있다. 좋은 성적도 내고 싶고, 팀도 우승할 수 있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 나이 이야기를 없앨 수 있는 시즌을 한 번은 보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재윤이 왔다고 마무리를 오승환에서 김재윤으로 ‘뚝딱’ 바꾸는 것도 부담이다. 한미일 통산 522세이브를 올린 투수다. 오승환의 상징성이 있다. 건재함도 과시했다. 불펜으로 돌리는 결정이 만만치 않다.

김재윤도 특급 마무리다. 올해도 59경기 65.2이닝, 5승 5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을 찍었다. 통산 169세이브 투수다. 긴 시간 마무리를 봤는데, 갑자기 중간으로 가는 것이 마냥 반가울 리 없다.

결국 경쟁은 필요할 전망이다. 그리고 최종 결정은 박진만 감독이 해야 한다.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오승환이 ‘팀 퍼스트’를 외쳤다. 팀 승리를 말했다. 아직 고민 자체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하지만, 박진만 감독이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는 발언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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