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골프 황제’가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더니 세계랭킹이 430계단이나 상승했다. 그래도 898위로 명성에 걸맞은 위치는 아니지만, 반전으로 볼 수 있다.

타이거 우즈는 4일(한국시간) 바하마 올버니 골프코스에서 막을 내린 이벤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450만 달러)에 출전해 나흘간 플레이했다. 이날 치른 최종라운드에서는 ‘통한의 더블보기’ 탓에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그래도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로 72홀 ‘워킹 골프’를 완주했다.

최종라운드에서는 우즈의 상징인 ‘검빨 유니폼’을 입고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우승한 스코티 셰플러뿐만 아니라 대회에 출전한 톱 플레이어 19명이 그의 가족들과 사진촬영을 부탁하는 등 ‘선수들의 선수’ 위상을 재확인했다.

지난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도중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한 우즈는 그대로 수술대에 올랐다. 나흘간 72홀을 완주한 건 2021년 불의의 교통사고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 마지막으로, 10개월여 만에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다리를 저는 모습이 없지 않았지만, 최종라운드 마지막홀까지 플레이한 것만으로도 재기 가능성을 증명했다.

우즈 역시 “모처럼 (4라운드를 완주)했다. 발목을 다친 적이 없었으므로 이를 극복하고 다시 라운드하는 하루하루가 신났다. 오랜만에 경쟁에 뛰어든 게 즐겁다”며 웃었다. 경쟁은 했지만, 출전선수 20명 가운데 18위에 그쳤다.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대회에 나선 모든 선수와 골프 팬이 알고 있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코스여서 실전감각을 익히고, 체력을 점검하는 무대로 적합했다.

“볼 스피드가 점점 빨라지는 느낌”이라고 자평한 우즈는 “일주일 내내 클럽 페이스 중앙에 볼을 맞혔다. 조금 긴장했지만,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자신의 스윙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늙어가는 게 안타깝다고 느낄 때는 후배들을 쫓아가려면 전·후로 더 오랜 시간을 써야 할 때다. 코스보다 치료실이나 웨이트트레이닝에 쓰는 시간이 늘었다. 지금처럼 플레이할 날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지만, (마지막까지)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전 점검을 마친 우즈는 오는 16일 개막하는 또 다른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에 나선다. PNC 챔피언십은 선수와 가족이 팀을 이뤄 치르는 대회다. ‘리틀 황제’로 불리는 찰리 우즈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우즈는 “내년에는 한 달에 한 번은 대회에 나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골프 하는 타이거 우즈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우승을 못 할 때까지 선수로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한 시즌은 치러봐야 결과가 나오므로 2024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우즈가 있는 시즌’으로 확정된 셈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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