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조심스러워 했다. 선배로서 어린 후배들의 선택을 진심으로 존중했다. 그러나 사견임을 전제로 야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말이다.

김하성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최근 고등학교에서 KBO리그로 향하지 않고 메이저리그(MLB)로 직행하는 사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야수는 ‘경험’이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후배들에게 특별히 해줄 말은 없다. 본인 인생이기에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뗀 김하성은 “그러나 한 가지 조언을 한다면, 한국에서 잘 하고 가는 게, 특히 야수는 그러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는 정말 쉽지 않은 곳이다.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팀 동료들에게 듣기론 마이너리그도 정말 힘든 곳이라더라. KBO리그에서 잘 하고 MLB로 향하면, 고등학교에서 바로 갈 때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며 후배들이 국내에서 활약한 뒤 더 좋은 대우를 받고 꿈의 무대로 향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하성은 KBO에서 대활약한 후 미국으로 가면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다는 예로 포스팅을 통해 미국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절친한 후배 이정후(25·키움)를 언급했는데, 미국 현지 언론은 이정후의 계약 규모를 계약기간 4~5년에 총액 6300만 달러(약 818억 3700만원)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8월 MLB LA 다저스에 입단한 마산용마고 투수 장현석이 총액 90만 달러(약 11억 8400만원)에 계약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KBO리그를 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김하성은 “요즘 미국에서 아시아 선수들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좋아졌다. 때문에 KBO리그에서 경험을 쌓으면, MLB에서 오퍼가 올거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KBO리거들을 다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험’을 특히 강조했다. 김하성은 “투수도 경험이 중요하지만, 야수는 특히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2014년 넥센(現키움)에 2차 3라운드 29순위로 지명된 김하성은 데뷔 시즌 60경기 출장을 시작으로, 2년 차부터 주전으로 경기에 나섰다. 그렇게 7시즌 동안 주로 유격수로 나섰으나 팀 사정에 따라 3루수로도 출장하며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마침내 미국 진출 3년 만에 MLB에서 한 시즌 동안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수비를 펼친 선수에게 주는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에 이른다.

아시아 선수로는 일본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에 이어 두 번째고, 아시아 내야수 출신으론 최초다. 키움에서 수차례 실책도 저지르고, 내야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며 경험치를 쌓은 김하성은 오늘의 영광이 KBO리그 시절 겪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고교 무대에서 미국으로 직행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그랬고, ‘추추 트레인’ 추신수도 대성했다. 물론 이들은 혹독한 마이너리그 생활로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올시즌 도중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 돼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게 된 내야수 최지만도 10년 넘게 꿈의 무대에서 버티고 있다. 외야수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도 올 시즌 1군에서 111경기 나서 0.296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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