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한국 야구 대명사가 되기에 앞서 대만 타이베이 돔에 영원히 남을 이름이 됐다. 2023 신인 드래프트 지명 당시 기대를 꾸준히 채운다면, 앞으로도 같은 구장에서 꾸준히 추억을 쌓을 것이다.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가 각별한 시작점이 될 수 있는 LG 김범석(21) 얘기다.

드러난 기록부터 대단했다. 지명 타자 혹은 1루수로 중심 타선에 배치된 김범석은 6경기에서 타율 0.438(16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 OPS 1.224를 기록했다. 대만, 일본 투수를 상대로도 쉽게 물러서지 않으며 한국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 9일에는 일본 투수 카타야마 라이쿠의 3구째를 그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추격의 솔로포를 터뜨렸다. 홈런도 인상적이었지만 홈런 후 모습은 더 인상적이었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아직 안 끝났어”를 외치며 추격 의지를 보였다. 홈런에 앞서 펜스를 강타하는 2루타도 쏘아 올리는 등 타격 재능은 ‘진짜’임을 다시 드러냈다.

타이베이 돔은 대만을 대표하는 야구장으로 앞으로 대만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가 모두 이곳에서 열릴 계획이다. 여러 문제로 완공 시기가 늦어졌는데 지난 3일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개막전이 타이베이 돔 개장 첫 대회가 됐다.

김범석은 9일 일본전 홈런으로 타이베이 돔 최초의 아치를 그렸다. 대만 야구 역사에 첫 페이지를 장식했고 이는 대만 언론에도 대서특필됐다. 김범석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자주 태극마크를 단다면 앞으로도 타이베이 돔에서 안타와 홈런을 기록할 수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가오는 2024시즌도 그렇다. 염경엽 감독은 2023시즌 계획한 멀티 포지션 우타 자원 중 한 명으로 일찍이 김범석을 낙점했다. 백업 1루수와 포수, 그리고 상황에 따라 지명 타자와 대타 카드 구실을 하면서 이듬해 꾸준히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계획이다.

1군 투수들에게 적응하고 재활 중인 오른쪽 어깨 회복, 그리고 체중 감량 등을 두루 이룰 때 포수에 전념한다. 염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속도를 내기보다는 탈 없이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범석이 포수로서 완전한 컨디션을 만드는 시기를 2025년으로 잡은 상태다.

급할 필요는 없다. 포수 포지션에 박동원과 허도환 두 베테랑이 건재하다. 그래도 그다음은 준비해야 한다. 염 감독은 통합우승으로 염원을 이룬 올해를 돌아보며 젊은 야수 육성에 실패한 것을 옥에 티로 꼽았다.

김범석이 기대대로 성장하면 우타자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미래 주전 포수도 예약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함께 활약한 김성우 또한 1군 진입이 예상되는데 둘이 시너지 효과를 이룰 경우 포수 왕국도 꿈은 아닌 LG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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