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마지막에 추가합격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요즘 시기, 대학입시로 따지면 ‘문 닫고 들어갔다’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문을 닫고 생애 첫 국가대표팀에 승선한 만 20세 외야수는 첫 소집 훈련에서 유니폼마저 없어서 소속팀 바지를 입고 훈련에 나섰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주전으로 나서 4할대 타율로 대한민국에 소중한 금메달을 안겼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달 뒤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맹활약하며 준우승에 공헌했다. 바로 롯데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20)다.
앞날이 창창한 훤칠한 젊은 선수의 대활약에 여성팬은 물론이고 모든 야구팬이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 순간 누구보다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을 한 스승이 있다. 바로 오랜시간 그를 지켜본 윤동희의 은사,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대원중학교 야구부를 이끌고 있는 박건수(52)감독이다.
박 감독은 ‘스타’ 제조기다. 아시아 내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ML)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샌디에이고)을 키워낸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김하성을 포함해 이창진, 김호령 ,장현식(이상 KIA), 이건욱(SSG), 김서준(삼성), 문경찬, 박명현, 윤동희(이상 롯데), 변헌성(키움) 등이 그의 제자다.
부천중학교 시절 박 감독의 지도를 받은 김하성은 여전히 박 감독을 찾는다. 자신을 프로 선수로 키워낸 박 감독의 지도법을 믿기에 ML 진출 이후에도 귀국하면 박 감독과 함께 훈련한다. 김하성은 키움 시절에도 비시즌마다 대원중을 찾았는데, 이때 옆에서 공을 올려주던 까까머리 남학생이 있다. 이 학생이 커서 프로에 들어갔고, 데뷔 첫해엔 단 4경기 출장했지만, 이듬해 폭풍 성장을 거듭한 끝에 국가대표가 됐다. 바로 롯데 윤동희다.
박 감독은 “솔직히 나도 (윤)동희의 성장에 놀랐다. (김)하성이는 어릴 때부터 악바리 근성이 있어서 노력만 하면 대성할거라 봤는데, 동희는 너무 착하고 소심한 아이였다. 그런데 프로에 가서는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해서 독한 성격으로 바꿨더라”며 제자의 성공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윤동희는 박 감독 친구의 아들이다. 그래서 더 엄격하고 혹독하게 키워냈다. 박 감독은 윤동희를 불러 김하성이 대원중을 찾을 때마다 그 옆에서 공을 올리게 하며 프로에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선배의 훈련 장면을 보게 했다. “동희가 하성이를 롤모델로 삼고 많이 따랐다.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야탑고)로 가고”라며 웃은 박 감독은 “하성이랑 동희는 정말 정말 노력을 많이 했던 아이들”이라고 했다.
스타제조기가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초등학교 야구부 감독을 시작으로 아마야구 감독만 30년 한 박 감독의 철학은 간단하다. 바른 인성을 갖고 끊임없이, 지독하게 노력하자는 것이다. 박 감독은 훈련 중에서도 특히 ‘기본기’를 강조한다.
그는 “30년 간 지도자 생활을 하며 늘 생각한게 ‘어떻게 하면 훈련을 적게 하면서도 야구를 잘할 수 있을까’였다. 실제로도 훈련을 덜 시켜보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는 훈련부족으로 사고도 발생하고 부상도 잦아지더라. 결국 지독한 훈련만이 살길이라고 봤다”고 돌아봤다.
박 감독은 “또 강한 훈련을 시켜야 정신력도 강해진다. 모두가 프로에 입단해 야구선수로 성공할 수 없다. 정신력이 강한 사람은 아무리 화가 나는 상황이 와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참는 자가 이기는 것이고,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자기 자신과 싸워 이겨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이 그토록 강조하는 ‘바른 인성’과 맞물려 있는 철학이기도 하다.
이 철학으로 인해 김하성은 중학교 시절 1년간 방망이 한 번 잡지 못하고 박 감독 옆에서 공만 올리는 역할을 했다. 박 감독은 “하성이가 참 개구쟁이다. 그라운드에서도 산만해서 1년간 운동을 시키지 않고 인성 교육만 시켰다. 그랬더니 아이가 점차 차분하게 바뀌더라. 그제서야 정상적인 훈련을 시켰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김하성이 야구를 대하는 자세를 극찬했다. “하성이는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이 마음 덕분에 꾸준히 혹독한 훈련을 한 것”이라며 “하성이는 중학교 때 잠깐 산만했던 것 외에는 흠잡을 곳이 없는 아이다. 누구를 때리거나 할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폭행의혹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본 박 감독은 “절대 그럴 아이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KIA 핵심 불펜 장현식(28)은 김하성과 정반대 성격이라는 게 박 감독의 기억이다. 부천중에서 그를 지도했는데 “(장)현식이는 유격수였는데 성격이 너무 차분하더라. 유격수는 하성이처럼 좀 활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투수 전향을 권유했다”라며 웃었다.
박 감독의 혹독한 훈련을 못 버텨 도망도 많이 갔다는 장현식은 부모님의 꾸준한 설득 끝에 마음을 다잡고 훈련에 매진해 대한민국 최고 인기 구단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됐다. 박 감독은 “현식이 결혼식장도 다녀왔다. 현식이는 꾸준하고 성실해 앞으로 더 잘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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