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명실상부 메이저리그(ML) 사관학교가 됐다. 2014년 강정호를 시작으로, 2015년 박병호, 2020년 김하성, 그리고 2023년 이정후까지 4명의 선수를 포스팅을 통해 미국 프로야구에 보냈다. 키움 히어로즈 얘기다.

키움에서 올시즌까지 7시즌을 뛴 외야수 이정후(25)가 지난 15일(한국시간) 내셔널리그 명문 구단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초대박’이다. 키움은 이정후를 포함해 선수 4명을 ML에 보내며 포스팅 시스템으로만 554억여원을 벌어들였다.

운이 좋은게 아니다. 키움만의 시스템과 육성법, 그리고 끈끈한 네트워킹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키움출신으로 ML에서 아시아인 내야수 최초의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우뚝선 김하성은 키움이 ML에 많은 선수를 보낼 수 있는 비결로 “팀 분위기가 자율적인 부분이 있다. 어린 선수가 잘하면 계속 믿고 써주는 것도 크다”라고 했다.

김하성은 “ML 도전은 시기와 나이가 잘 맞아 떨어져야 하는 운도 필요한데, 젊은 선수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히어로즈에 있다보니 그런 게 맞아 떨어진 것 같다. 또 구단에서 해외 진출에 긍정적이고, 그런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라고 덧붙였다.

선수가 느낀 영웅군단은 ‘자유롭고 젊은 선수에 우호적’인 구단이다. 이런 선수를 육성하는 코칭 스태프는 어떨까.

2009년부터 히어로즈에서 코치로 있으면서 수석코치를 거쳐 2021년부터 사령탑을 맡고 있는 홍원기 감독은 히어로즈에서만 15년 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홍 감독은 18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히어로즈는 코치가 감독에게 자유롭게 보고할 수 있는 분위기다. 내가 코치시절부터 그랬다”라며 “코치가 감독보다는 어린 유망주를 더 자주 접하다보니 더 깊게 관찰할 수 있다. 격 없이 보고를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 젊은 선수들의 장점을 보고했고, 감독이 경청한다”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나 역시 감독이 된 후에도 코치들이 젊은 선수에 대한 보고를 귀기울여 듣고, 때론 몇몇 선수들에 대해 물어보며 선수를 파악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키움은 젊은 선수의 재능과 가치를 세심하게 발견하고 1군에 콜업해 기용한다.

히어로즈 ‘ML 네트워크’ 역시 타 구단에선 갖추지 못한 최고의 장점이다. 김하성과 홍 감독도 이 부분이 키움 선수단에게 매번 동기부여가 된다고 인정했다.

내년 시즌을 끝으로 ML 도전 의사를 밝힌 키움 내야수 김혜성은 “(김)하성이 형에게 종종 ‘미국 선수들은 야구를 어떻게 하고, 훈련은 또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묻곤 한다”며 끈끈한 히어로즈 네트워킹을 알차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빅리거가 된 이정후도 “하성이 형에게 늘 궁금한게 많아 문자를 한다. 엄청난 투수들과 상대하는데 타석에서 직접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그래서 매번 문자를 보낸다”라고 말하곤 했다.

이에 더해 홍 감독은 “히어로즈가 매번 스프링캠프를 미국으로 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ML 구장과 선수들을 직접 보며 우리 선수들에 꿈과 동기부여를 심어주기 위해 미국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라고 전했다.

성공 비결엔 여러가지가 있다. 수능 만점자도 비결을 들어보면 제각각이다. 명실상부 KBO리그 구단 중 ‘ML 사관학교’로 발돋움한 키움 히어로즈 역시 애지중지 키워낸 선수를 빅리그에 보낸 비결도 다양했다. 그러나 핵심은 ‘유망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다. et1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