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부동의 국가대표. 그가 소속팀에서 뛰는 모습은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볼 수 없었다.

축구대표팀 왼쪽 사이드백 이기제(수원 삼성)는 이변 없이 카타르 멤버로 선택받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에 이기제를 포함했다.

이변 없는 결정이다. 이기제는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했다. 지난 3월 A매치 두 경기에 출전했고, 6월에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후반기 일정인 9~11월 6경기에도 모두 뛰었다. 사실상 주전에 가까운 선수였으니 아시안컵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게 당연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에 물음표는 붙지 않는다.

의문스러운 점은 소속팀에서의 행보다. 이기제는 지난 9월30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이후 수원 삼성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 A대표팀에서 계속 출전한 것을 보면 부상 문제로 보긴 어렵다. 출전이 불가능한 선수가 대표팀 경기를 모두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교롭게도 염기훈 전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때와 이기제가 자취를 감춘 시기가 겹친다. 염 대행은 9월27일 사령탑에 올랐다. 염 대행 체제로 치른 첫 경기인 인천전이 이기제가 유일하게 뛴 일정이다.

수원은 시즌 내내 강등 위기에 놓였다. 시즌 막바지에도 마찬가지였다. 국가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이기제가 힘을 보태지 않은 것은 미스터리에 가깝다. 클린스만 감독조차 “이기제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소속팀에서의 일에는 우리가 관여할 수 없다”라면서 이기제의 상황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소집할 때마다 대표팀에서 보여준 모습은 늘 부족함이 없었다. 본인 역할을 충분히 소화했다. 누구보다 프로답게 프로의 자세를 보여주는 선수다. 사이드백 고민은 늘 있었다. 아시안컵까지는 이기제, 김진수와 간다. 지금은 두 선수가 큰 대회를 치를 자질을 보인다”라며 이기제가 아시안컵에 갈 자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기제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제 몫을 했다. 엄청난 활약은 아니었지만, 화려한 공격진을 보좌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수원 삼성의 유일한 국가대표. 이기제는 왜 K리그 경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정확한 이유는 오직 염 대행만이 알 수 있다. 팀을 이끄는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의 태도나 자세에 문제의식을 느낄 경우 출전을 배제할 수 있다. 기량, 혹은 스타일을 고려한 결정일 수도 있다.

아무리 구상, 스타일이 달라도 강등권 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할 정도로 실력이 부족한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할 대표팀 사령탑은 없다. 유럽파도 아니고 1부 리그 꼴찌 팀 선수가 소속팀에서 아예 출전하지 않는데 아시안컵까지 데려가는 그림도 어딘가 이상하다. 클린스만 감독, 혹은 염 대행 중 한 명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국가대표 선수를 쓰지 않은 선택에는 물음표가 붙는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수원 삼성은 강등당했다. 이기제가 빠진 왼쪽 측면에서 뛴 대체자가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면 모르겠지만, 딱히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시즌 막판 이기제가 K리그1 경기에 출전했다면 어땠을까.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강등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수원 삼성이 2023년을 회상할 때 가장 아쉬운 지점이 될지도 모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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