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제 정말 시간이 남지 않았다. 한국 시간으로 4일 오전 7시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포스팅은 자동 취소다. 2024년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려면 극적인 반전이 필요한 LG 고우석(25) 얘기다.

이례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메이저리그(ML) 이적 시장이다. 대형 계약이 연이어 터지는 12월초 윈터 미팅이 잠잠하더니 시장 최고점에 있는 선수의 계약도 늦게 성사됐다.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 규모 계약을 맺은 오타니 쇼헤이(다저스·10년 7억 달러)가 지난달 10일, 투수 최대어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저스·12년 3억2500만 달러)는 지난달 21일에 계약이 확정됐다.

이후 크리스마스 연휴에 돌입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모양새다. 야마모토 이후 대형 계약이 없다. 오타니와 야마모토 외에 이정후(샌프란시스코·6년 1억1300만 달러), 애런 놀라(필라델피아·7년 1억7200만 달러)까지 4명만 1억 달러 이상 계약을 체결했다. 코디 벨린저,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맷 채프먼 등 1억 달러를 거머쥘 선수들이 여전히 시장에 남은 상황이다.

고우석이 속한 중간 투수 시장은 더 심하다. 사실상 정체다. 2023년 33세이브, 통산 165세이브로 중간 투수 최대어인 조쉬 헤이더부터 아직 미계약 상태다. 헤이더 외에 조던 힉스, 로버트 스티븐슨, 아롤디스 채프먼도 유니폼이 결정되지 않았다. 마무리를 맡을 수 있는, 이른바 수준급 중간 투수 중 계약을 맺은 이는 크레익 킴브럴(볼티모어·1년 1300만 달러) 뿐이다.

고우석을 향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윈터 미팅부터 복수의 구단이 고우석을 문의했다. LG 구단 또한 포스팅 절차에 맞춰 다양한 자료를 전달했다. 현지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구단은 세인트루이스, 애리조나, 필라델피아. 하지만 아직까지는 굵직한 제안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우석 입장에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금 시점에서 고우석에게 ML 진출을 하나의 선택지다. 1년 후에는 포스팅이 아닌 프리에이전트(FA)로 다시 빅리그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즉 계약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1년 더 한국에서 뛰고 다시 ML FA 시장에 나오면 된다. LG 구단 또한 헐값에 고우석을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조급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고우석은 2023년 부상에 따른 기복을 겪었다. 2019년 마무리로 커리어를 시작한 후 가장 고전한 해였다. 빅리그에서 특급 대우를 받기는 애초에 쉽지 않았다. LG 구단도 고우석의 빅리그 진출 시점을 2024시즌 후로 봤다. 올해 2022년과 같은 활약을 재현하고 FA로 태평양을 건널 것으로 내다봤다.

팀 전력을 생각하면 고우석이 남는 게 LG에 이득이다. 최고 강점으로 꼽히는 양질의 불펜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다. 샐러리캡 관리를 고려하면 고우석이 포스팅으로 일 년 먼저 ML로 향하는 게 이득일 수 있으나 고우석 잔류가 연속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LG 차명석 단장은 2일 오전 “아직 조용하다. 그래도 4일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라며 “가도 좋고 안 가도 좋다. 가면 우리 팀에도 외국으로 보낼 좋은 선수가 있다는 뜻 아닌가. 안 가면 당연히 전력에 있어서 훨씬 좋다”고 밝혔다.

잔류 시 준비도 마쳤다. 2024시즌 연봉이 나왔고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포함된다. 차 단장은 “연봉은 고과에 맞춰서 책정했다. 예비 FA인 점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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