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파트1, 2로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는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다.

MBC ‘호텔리어’(2001)를 비롯해 KBS2 ‘제빵왕 김탁구’(2010),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를 집필한 강은경 작가와 SBS ‘스토브리그’(2019)를 연출한 정동윤 PD의 만남에 배우 박서준과 한소희의 조합은 기대감을 높였다.

막상 베일을 벗은 드라마는 장르물도 시대극의 맛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해외에서는 반향이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많았다. 3회까지 크리처가 등장하지 않는 점과 국내에선 숱하게 사용된 모성 본능을 크리처물에 접목시킨 점도 혹평의 요소였다.

의도했던 바가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강 작가와 정 PD는 직접 인터뷰에 나섰다. 특히 강 작가는 작품 속 이면에 깔아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판단, 데뷔 후 처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 작가와 정 PD는 “항상 작품을 끝내고 나면 미련없이 돌아서는 편인데, 넷플릭스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보니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시즌1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실종과 생존이었다”고 말했다.

◇“731부대가 자행한 모성본능실험, 크리처의 모티브”

‘경성크리처’는 일반적인 일제강점기 시대극과 궤를 달리 했다. 일본군을 악으로 두고 이들에 대항하는 조선 독립군이 선인 구도였다면, ‘경성크리처’는 악에 저항하는 선이 불분명하다.

“기존 작품은 주로 독립운동과 친일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을 했어요. 제가 주력했던 건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이에요. 7화에서 거리의 축제처럼 비치는 장면이 있어요. 마치 폭력에 저항하는 우리의 방식 같았어요. 그 어려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우리 민족이 흥으로 힘든 시기를 소화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장르물에 비해 전개가 느린 점, 주인공인 태상(박서준 분)과 채옥(한소희 분)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의 설득력이 약한 점, 크리처의 분량이 매우 적은 점 등이 있다. 다른 것보다 크리처가 너무 적게 나온 것에 대한 비판은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저는 분량보다 특징을 생각했어요. 당시 731부대에서 모성본능 실험을 했대요. 매우 충격적이었어요. 엄마에게 ‘자식을 위해 너의 목숨을 희생할 수 있어?’라는 내용의 실험이 있었어요. 며칠 동안 끔찍했어요. 저도 딸을 가진 엄마거든요. 크리처의 탄생이 그 비극에서 시작했다고 봤어요. 결국은 모든 인간을 자기 아래로 두려고 했던 권력자가 크리처의 원인인거죠. 그렇게 탄생한 크리처의 본체가 성심(강말금 분)이었던 거고, 모성애가 담기게 됐죠.”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가 가족애다. 공감이 쉽다는 측면에서 많이 쓰이지만, 그만큼 기시감이 강한 소재기도 하다. ‘경성크리처’는 일제강점기와 크리처라는 독특한 소재에 가족애를 넣었다. 국내 시청자들에겐 지겨울 수 있는 포인트다.

“개인적으론 이 드라마를 많이 봤으면 했어요. 모성본능 실험을 알리고 싶었고요. 해외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에 관심이 없잖아요. 우리 민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알았으면 했어요. 가족은 어느 나라나 공통적인 연대감을 일으켜요. 소재가 독특한 만큼 이야기에서는 전형적인 걸 들고 올 수밖에 없었어요.”

◇“연출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 건 인정, 시즌2는 달라질 것”

SBS ‘스토브리그’를 연출한 뒤 차기작으로 ‘경성크리처’를 택한 정 PD는 혼란스러운 점이 많았다. 완전한 사전제작을 경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CG가 많은 작품도 사실상 처음이다. 30대 PD에게 ‘경성크리처’는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넷플릭스와 협업은 사실 익숙하지 않은 게 더 많았어요. 방송 나가기 4개월 전에 다 끝내야 하는 점도 있었고요. 오히려 방송되고 나니까 후련하더라고요. 언젠가는 경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빨리 하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큰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연기적인 면에서도 은근한 비판이 있었다. 박서준이나 한소희를 비롯해 연기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던 배우들이 ‘경성크리처’에선 어딘가 떠 있는 듯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연기에 대한 전체적인 기조는 없었어요. 대본에 맞게 저희가 해석한대로 톤을 설정했어요. 촬영하는 과정에서 톤이 떠 있다는 생각은 못 했어요. 하나에 갇혀있지 않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경성크리처’는 해외에선 뜨거운 반응을 얻었지만, 국내에서는 혹평이 많았다. 온도차가 큰 편이었다. 정 PD는 예상 밖의 반응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제목부터 ‘크리처’가 들어가니까, 대중은 장르적인 접근을 하길 바랐던 것 같아요. 영화 ‘고질라’(2014)처럼 크리처가 난장판을 벌이는 게 아닌,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었어요. 다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연출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은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복기해서 시즌2에 잘 반영해야죠. 시즌2는 현대로도 넘어오고, 분명 달라질 겁니다.” intellybe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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