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기장=원성윤 기자] 에스토니아 출신 공격수 알리나 몰코바(26). 2023~2024 여자 핸드볼 H리그에서 떠오르고 있는 부산시설공단 핵심 공격수 중 하나다.

부산은 지난 20일 삼척과 경기에선 패배했지만, 알리나의 공격력은 확인했다. 9득점으로 경기 전체 득점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한국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던 알리나가 이날만큼은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냈다.

그는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독일, 포르투갈 등 다양한 나라 리그를 거치며 성장했다. 특히 2022년에는 포르투갈 리그에서 자신의 소속팀 ‘SL벤피카’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했다.

알리나는 2018~2023년 5년 연속 ‘에스토니아 여자 핸드볼 최고 선수’에 뽑힌 자국 대표 선수다. 스포츠서울이 지난 21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알리나 몰코바를 만났다.

- 한국이 빠른 공격을 주무기로 한다. 유럽은 ‘힘’ 위주에서 ‘빠른 공격’으로 변화하고 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은 유럽과 한국 모두 빠르게 경기를 진행한다. 다만 유럽과 한국이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빠른 플레이를 하지만 1대1로 상대를 하는 경우가 적다. 한국은 대부분 팀들이 ‘조합’(combination)을 갖고 있지 않다. 1대1로 플레이한다. 그래서 어떤 선수를 상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어렵다. 또 작고 빠른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수비에 계속 변화를 주고 있다. 이런 선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플레이할지 고민 중이다.

-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독일, 포르투갈 등 다양한 리그 경험이 있다.

18살 때 아이슬란드로 이주했다. 2부에서 2년 동안 뛰다가 1부 리그에서 제의를 받았다. 총3년 동안 아이슬란드 리그(2016~2019)에서 뛰었고, ‘발루르’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후 새로운 무대로 갈 준비를 했다. 룩셈부르크(2019~2021), 독일 분데스리가 ‘로젠가르텐 부흐홀츠’(2021~2022)를 거쳐 포르투갈 ‘SL벤피카’(2022~2023)에서 1년 반 동안 뛰었다.

- 독일 리그과 포르투갈 리그는 유럽에서도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뛰어본 소감은.

독일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강 리그 중 하나다. 어릴 때부터 뛰는 게 꿈이어서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현실과 기대가 조금 달랐다. 그래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포르투갈로 옮겼다. 포르투갈은 장비, 의료 관리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있었다. 만족스러웠다. 의사나 물리치료사를 찾기 위해 뛰어다닐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지원이 완벽했다. 특히 포르투칼에서 30년 만에 팀이 우승을 해 더 영광이었다. 그럼에도 아직 젊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한국으로 오게 됐다.

- 2022년에는 포르투갈 리그에서 ‘SL벤피카’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당시 경험이 생생할텐데. 팀 우승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포르투갈에서 보낸 1년 반 동안 느낀 건 팀 동료들간 정말 끈끈한 우정을 쌓는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한다. 팀이 우승 없이 30년이라는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정말 중요했다. 그래서 이 목표를 위해 모두 함께 노력했던 것 같다.

- 부산시설공단이 최근 1승6패(7위)로 부진하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부산이 항상 3위 안에 들었다. 올해는 왜 그렇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난해 8월 초부터 6명이 다른 팀으로 떠나는 등 팀이 많이 바뀐 게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엔 조아나(앙골라 국가대표)까지 부상을 당해 우리를 슬프게 했다. 더 강해지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한 경기씩 우리 플레이를 찾으러고 노력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있다. 좋은 팀이라는 것을 보여줄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 본인 스스로 이번 1라운드를 평가해보자면 기량을 다 펼쳤다고 생각하나.

1부터 5까지 세어본다면 저는 그 중간 정도(2.5)라고 생각한다. 아직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 지난 경기 이후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어제(20일) 경기에서 드디어 어떻게 플레이를 할 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 후반전에는 평소 연습하던 대로 경기가 풀렸다.

- 어릴 때부터 에스토니아에서 핸드볼을 했었나. 핸드볼에 입문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

9살 때 시작했다. 그당시 핸드볼이 인기 있는 스포츠도 아니었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시작했다. 천천히 게임 규칙을 알아가는 식이었다. 우리 코치님은 레슬링 선수였다. 그래서 훈련도 레슬링 선수처럼 했다. 이를 악물고 했다. 항상 규율 훈련을 받았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불가능했다. 모든 걸 엄격하게 통제했기 때문이다.

- 그렇게 힘든데 왜 계속했나.

핸드볼이라는 게임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루에 2~3번씩 훈련했다. 훈련 후 돌아오자마자 또 연습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났고 우리는 1997년에 우승했다. 러시아, 핀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등 다양한 토너먼트에 참가해 모두 우승했다. 14살 때부터 해외로 나가 그곳에서 뛰는 꿈을 꾸었던 것 같다. 18살이 돼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목표를 꾸준히 추구했다. 그리고 한국까지 오게됐다.

- 한국 생활이 쉽지 만은 않을 것 같다.

음식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예전에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웃음). 한국에 와서 먹어보니 내가 먹던 매운 음식과 한국에서 먹는 매운 음식은 완전히 달랐다. 지금 한국은 정말 좋다. 특히 부산이 정말 좋다. 자유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새로운 보고 느끼는 게 재밌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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