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규정 들이밀며 야구부 감독 징계
올해 입학예정자, 동계훈련 참석 안해
학교 특수성 고려 않은 획일적 규정 손질해야
[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교육청 규정대로 올해는 신입생을 동계훈련에 데려가지도 않았어요. 여기에 총대 메고 이미 징계받은 감독까지 자르는 건 무정한 처사입니다. 교육청도 추가 징계를 검토하지 않는다는데….”
‘명문사학’ 배재고등학교가 야구부 감독을 비롯해 운동부 감독들의 재계약 불가 통보로 진통인 가운데, 지난 23일 열린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서 야구부 권오영 감독 ‘근로 계약 만료’에 대한 투표에서 유임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다.
그러나 배재고 이효준 교장은 학운위에서 지속적으로 권 감독의 교육청 징계 사안을 언급하며 재계약이 불가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학운위 결과는 참고 사항일 뿐이라 권 감독을 비롯한 운동부 감독들의 근로 계약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실제로 권 감독은 야구부 정원이 부족한 배재고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그간 관행이던 입학예정자 동계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를 금지하던 교육청의 규정에 따라 징계를 감내했다. 배재고는 이를 근거로 권 감독의 근무 평가 점수를 크게 깎았다.
배재고 야구부는 지난해 이 문제로 감독이 징계받자, 올해 입학예정자를 데려가지 않은 채 동계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등 교육청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입학예정자 동계훈련 미참석으로 전력 악화 불가피한 상황에서 감독까지 해임했다. 사실상 운동부를 해체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히기도 한다. 한국 학교체육의 역사를 논할 때 배재를 배제할 수 없다. 한 세기 동안 켜켜이 쌓은 역사와 전통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위기에 처하자 총동문회와 학운위 등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다수가 학교장의 전횡에 멈춤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칼자루를 내려놓지 못하는 형국이다.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 하지 않고 교육부의 획일적인 규정만 들이미는 건 어폐가 있다. 전통의 명문사학이 일반계 학교만도 못한 운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학교체육의 산실’인 배재에서 일어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종목·학교 특성에 맞는 학교운동부 정책을 만드는데 문체부 교육부 체육회 국회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가 ‘1인 1스포츠’ 장려운동을 전개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다.
이른바 ‘배재고 감독 해임 사태’가 외부로 알려진 이후 비슷한 일을 겪는 학교 운동부 사례가 제보 형태로 쏟아지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힘을 잃은 국가대표는 엘리트 스포츠의 발목을 잡는 정부 정책과 무관치 않다. 그 단면이 이번 사태라는 점에 많은 체육인이 동의한다. “선수 이전에 학생이므로 공부하는 게 마땅하다”는 일방적인 주장이 학생선수를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 케이팝 아티스트를 꿈꾸는 청소년을 시작으로 체육계에서도 제도권 교육의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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