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요르단에 혼쭐이 난 축구국가대표팀 ‘클린스만호’가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아시안컵 조 1위를 바라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김판곤 감독이 지휘하는 말레이시아를 상대한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30위의 말레이시아는 한국(23위)과 비교해서 두 수 이상 전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조 최약체로 꼽히는데, 실제 요르단전(0-4 패)과 바레인전(0-1 패)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전패해 조별리그 탈락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반대로 말레이시아는 이제 잃을 게 없다. 애초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았기에 부담을 내려놓고 최종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다. ‘우승 후보’ 한국과 맞대결은 말레이시아에 또다른 동기부여이자 미래를 내다볼 무대다.

게다가 ‘지한파’ 김판곤 감독이 이끈다. 김 감독은 지난 2022년 1월까지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을 맡으면서 대표팀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했다. 한국 주력 요원의 성향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노림수’도 장착하고 있다.

그럼에도 클린스만호는 대승이 아니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선 1승1무(승점 4·골득실 +2)를 기록 중인 한국은 요르단(승점 4·+4)에 골득실에 뒤져 2위다. 16강 상대 여부와 관계 없이 조 최상위를 차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조 1위’는 곧 자존심과 직결된다.

또 클린스만호는 밀집 수비를 즐기는 동남아시아 팀을 상대로도 ‘예방주사’를 맞았다. 시곗바늘을 지난해 10월로 돌린다. 당시 안방에서 A매치 2연전이 예정돼 있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KFA와 상의 끝에 이례적으로 동남아시아의 베트남을 불러들여 친선전을 치렀다. 보완 과제를 찾는 평가전의 목적을 고려했을 때 전력이 떨어지는 베트남과 친선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등을 대비해 동남아 팀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데 명분을 두고 베트남전을 치렀다.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선제 결승골을 넣고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주력 공격수 3총사 모두 골 맛을 보는 등 예상대로 손쉽게 경기를 풀어가며 6-0 대승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1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홈경기를 치러 5-0 대승한 적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변화무쌍한 전술보다 빅리거의 개인 전술을 극대화하는 자율 축구, 동기부여에 주력해 왔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처럼 수세적인 동남아 팀을 상대로 그가 바라던 대로 손흥민, 이강인 등의 기술을 통해 다득점 승리를 챙겼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중용 받는 이강인의 화려한 개인 전술이 돋보였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바레인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결승골을 허용하긴 했으나 효율적인 파이브백 수비를 펼친 적이 있다. 클린스만호가 다시 한번 동남아 팀의 밀집 수비를 지난해 평가전 때처럼 파괴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강인 쇼타임’ 등이 펼쳐지면 대승이 가능한데, 예상보다 고전할 경우 클린스만 감독이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심사다. 가뜩이나 플랜B 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기대하는 결과에 부응하지 못하면 더 처절한 민낯이 드러날 수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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