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외인 원투 펀치는 무조건 10승을 해야 한다. 특히 초반이 중요하다.”

롯데에 떨어진 특명이다. “올해 무조건 가을야구는 한다”는 김태형 감독. 각각 1, 2선발인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 애런 윌커슨이 10승 이상 따내야 한다. 지난해 후반기 스트레일리 대신 합류한 윌커슨이 반즈와 함께 막강한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반즈는 후반기 평균자책점 1위(2.05) 윌커슨은 5위(2.26)였다. 둘의 ‘호투’가 롯데 가을야구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지난시즌을 복기하는 게 필요하다. 롯데는 지난해 4월, 5위로 시작해 4월말 1위에 등극했다. 6월까지 4강 경쟁을 했다. ‘가을 야구’를 할 것이란 기대감이 무너진 건 7월부터였다. 5~6위로 내려앉았다. 급기야 8, 9월엔 붙박이 7위가 됐다. 결국 시즌을 7위로 마감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시즌 초반에는 선발진이 제 역할을 못했다. 4월엔 나균안을 제외하고 단 한 명도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지 못했다. 4월 상승세(5위→1위)는 선발진 덕이 아니었다. 중간 계투와 마무리가 선발 부진을 메운 결과였다.

당시 투수 지표가 말해준다. 4월 평균자책점은 나균안(1.34), 박세웅(5.12), 스트레일리(5.82), 한현희(7.17), 반즈(7.58) 순. 배영수 전 투수코치는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추구했다. 불펜 야구로 밀어붙였다. 안타를 맞으면 곧바로 투수를 바꿨다. 팬들 사이에선 “불신의 야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빠른 템포였다. 결과는 리그 1위였다.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추격할 때도 불펜이 총출동했다. 지난해 5월22일, SSG 전이 그랬다. 선발 투수였던 반즈가 6회까지 4점을 허용했다. 이후 롯데가 2점을 따라붙었다.

그러자 롯데가 불펜 총력전을 시작했다. 6회부터 김진욱(0.2이닝), 김도규(0.1이닝), 김상수(1이닝), 구승민(1이닝) 등 필승 계투조를 모두 올렸다. 8회까지 추가 실점을 막았다. 그러다 9회초에 이태연이 2타점 2루타를 맞자 신정락으로 교체했다. 결국 경기는 2-6으로 끝났다. 6회부터 9회까지 4이닝 동안 투수 6명이 마운드에 올랐다. 헛물만 켠 ‘추격전’이었다.

5월에는 선발진이 힘을 냈다. 선발 평균자책점 1위(2.29)로 반등했다. 거꾸로 불펜 성적은 8위(4.60)로 떨어졌다. 엇박자가 났다. 6월엔 불펜 성적이 아예 10위(6.08)로 밀려났다. 순위도 6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배영수 코치가 2군으로 이동했다. 8월엔 롯데가 7연패에 빠졌다. 래리 서튼 감독이 사퇴했다. 롯데 가을야구는 그렇게 멀어졌다.

롯데는 지난시즌 팀 선발 평균자책점이 3.83(3위)인 강팀으로 평가받는다. 2022시즌 평균자책점 4.47(9위)보단 훨씬 좋아졌다. 적어도 수치상으로 그렇다. 타구단에서도 “롯데 선발진은 강하다”고 한다. 가을 야구를 꿈꾸기에 충분해 보인다. 전제 조건이 있다. 시즌 초반 선발 투수들이 최소한 QS는 해야한다.

롯데 관계자는 “반즈와 윌커슨이 10승 이상 해줘야 올해 가을야구가 가능하다는 게 코치진 인식”이라며 “김태형 감독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계신다. 스프링캠프 때 퍼즐들을 하나씩 맞춰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 2024 스프링캠프는 1월31일~3월5일까지 괌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각각 진행된다. 1차 훈련은 내달 1~21일까지 괌에서 치른다. 2차 훈련은 내달 22일~3월5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다. 아직 선수단 규모는 확정하지 않았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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