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아이콘은 특정한 사상이나 생활 방식 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대상, 우상을 뜻한다. 어느 시대든 아이콘이 존재했을 터. 대중들은 자신을 이끌어주는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콘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을 펼쳐온 이동재 작가가 개인전 ‘아이콘, 빛과 서사’전을 서울 중구 페이토갤러리에서 개최하고 있다. 제목처럼 아이콘과 빛, 서사가 잘 어우러지는 전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에 아주 특별한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작가가 20년 전 금쌀, 은쌀로 작업한 ‘Icon(Venus)’, ‘Icon(Budda)’ 작업이다.

이동재 작가는 “20년 동안 계속 갖고만 있다가 햇빛이 비치는 전시장 공간을 보고 이 작품을 걸고 싶었다. 금박과 금쌀, 은박과 은쌀을 사용한 작업으로 시시각각 바깥의 빛에 반응한다”고 말했다.

작가의 말처럼 햇살이 깊이 들어오는 갤러리 창가에 금쌀과 은쌀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불상이 많은 것도 눈길을 끈다. 종교적인 의미보다 우리 문화유산을 되짚어본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종교적인 의미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문화 유적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반가사유상이나 석굴암 본존불은 정말 아름답고 자랑할 만한 조형물이다.”

이동재 작가의 아이콘 작업은 초창기 쌀 등 곡물이 주재료였다가 차츰 크리스털로 변화했다. 캔버스에 크리스털을 수백, 수천개 붙여 인물의 도상을 만든다. 최근에는 캔버스뿐 아니라 거울 느낌의 스테인리스판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게 단순한 거울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표면을 고광택을 내서 거울로 만든 판이다. 거울이라는 게 반사로 인해 관람자가 아이콘 도상과 겹치기도 하고 주변의 풍경들을 반영한다. 주변과 반응하기에 이야기들이 파생될 여지가 커진다.”

음악을 도상화한 것도 새로운 시도다. BTS RM 작업에는 RM이 작사한 노래 ‘목소리’를 크리스털로 치환해 나란히 걸었다. BTS 팬들이 전시장에 찾아와 그림 앞에서 한참 감상하고 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RM이 초창기에 작사한 ‘목소리’라는 곡인데 RM이 일기 쓰듯이 본인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다. RM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는 생각에 RM의 얼굴 작품과 나란히 배치했다.”

이동재 작가가 아이콘 시리즈에 매진해온 지 20년이 넘었다. 처음 녹두로 만든 녹두장군 전봉준, 콩으로 만든 미스터빈 식으로 언어유희를 담아내던 데서 출발해 지금은 크리스털을 이용해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헵번, 비비안 리 등 시대의 아이콘을 형상화하고 있다.

“대중적인 아이콘도 있지만 역사적인 인물들을 작업으로 남기고 있다. 작가로서 역사적인 인물을 남겨야 하겠다는 소명 의식이 생겼다. 3~4년 전부터는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많다. 그분들을 작업을 통해 조명하고자 한다.”

아이콘 작업과 결이 다른 작업들도 병행하고 있다. 캔버스를 자르고 꼬아 새로운 조형 언어를 선보이는 ‘리버스’(REVERSE) 작업이다. 크리스털 아이콘 작업이 작은 점을 들여다보며 초집중해야 하는 작업이라면, 캔버스를 찢고 오리는 ‘리버스’ 작업은 탐색하고 실험하는 휴식 같은 작업이다. 종이 죽으로 달항아리를 만드는 작업 등도 같은 맥락이다.

“제가 워낙 회화 전공이 아니라 입체 전공이다 보니 재료나 새로운 기법에 대한 탐구를 계속 하게 된다. 앞으로도 새로운 탐구는 계속하게 될 듯하다.”

전시는 27일까지.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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