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티빙 오리지널 ‘LTNS’(Long Time No Sex)의 주인공 사무엘(안재홍 분)과 우진(이솜 분)은 드라마 제목처럼 ‘섹스리스’ 부부다.

부부 관계를 맺은지 너무 오래 돼, 언제 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우진이 씻고 나왔다고 하면 “위생적이겠네”라는 건조한 말이 오간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할 때조차 노골적인 표현 대신 “우리 노력해볼까?”라는 방어적인 단어를 선택한다.

이들도 처음부터 맹숭맹숭했던 건 아니다. 누구보다 활활 타올랐고 뜨거웠다.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건 사회적인 맥락과 맞닿아있다. 친구와 동업한 스타트업 사업은 망했고, 영혼을 끌어모아 산 아파트값은 계속 떨어졌다. 반면 대출 금리는 계속 올랐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두 사람에겐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삶에 치이다 보니 부부관계조차 체력 소모가 됐다. 그러던 중 사무엘이 업으로 삼은 택시가 침수됐다. 친구 정수(이학주 분)에게 돈을 부탁하러 간 자리에서, 사무엘은 정수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말을 실수로 우진에게 전했고, 우진은 정수의 아내 세연(김새벽 분)에게 전달하겠다고 펄펄 뛰었다.

그러자 정수는 무릎까지 꿇어가며 사죄했고, 우진은 3000만원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호텔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며 수많은 불륜 남녀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우진은 ‘불륜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무엘과 함께 본격 비즈니스에 나선다. 목표 금액은 약 2억원이다.

영화 ‘윤희에게’(2019)의 임대형 감독과 ‘소공녀’(2018) 전고운 감독이 공동 집필·연출한 ‘LTNS’는 성 담론을 사회적인 코드로 녹여낸 독특한 드라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가진 게 없이 출발한 사무엘과 우진은 얻은 것마저 놓친 ‘리스 부부’이고, 이들이 쫓는 사람들은 이미 한 사람이 있음에도, 또 하나의 사람을 갈구하는 욕심쟁이들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을 쫓는 부부의 구도는 마치 0이 2를 공격하는 모양새다. 그 그림이 정확히 비치면서 타인의 잘못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박 부부’를 응원하게 된다.

어떤 작품에서든 캐릭터를 자기화해 작품에 스며드는 안재홍은 사무엘 역으로 또 하나의 유쾌한 블랙코미디를 펼친다. 머리는 똑똑하지만, 어딘가 부족하고 음흉한 30대 남성을 색다르게 그려냈다. 관능적인 외형의 이솜은 우진의 도발적인 화법과 행동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두 사람은 위트 있는 연기로 풍자와 자극, 유머를 펼쳐냈다.

두 사람이 중심을 딱 잡고 극을 이끄는 사이 이학주와 김새벽, 김우겸, 양말복, 정진영, 옥자연과 같은 배우들이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작품의 색을 불어넣었다. 회차 별로 진행되는 ‘LTNS’가 풍성한 이유다. 성을 담론으로 할 때 불륜을 미화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LTNS’는 불륜 커플에게 분명한 영화적 처벌을 내린다. 그 지점이 매끄럽고 영리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불륜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많다. ‘LTNS’가 특별한 건 블랙코미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성 담론을 주제로 했다면 그리 특별하지 않았을 텐데, 부동산과 대출 금리, 사업 실패 등 현실적인 코드를 적절히 담았다”면서 “사랑을 잃은 부부와 더 많은 사랑을 가지려는 사람들의 구도가 흥미진진한 가운데, 현대인의 초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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