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가고시마=김용일 기자] ‘17년 프로 생활 중 처음이네.’

울산HD 베테랑 수문장 조수혁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남기면서 동료가 등장하는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우리 용병 제기차기’ 등 설명이 따른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2024시즌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 ‘홍명보호’는 2차 동계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일본 가고시마에 있는 선수단 숙소에서 최근 이례적으로 레크리에이션 행사를 했다. 김광국 대표이사가 참석했고, 울산 장내 아나운서인 강진영 씨도 현지로 날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선수단은 6개 조로 나눠 레크리에이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홍 감독과 코치진이 1조에, 지원 스태프가 2조에 묶였다. 3~6조는 선수끼리 나눠 구성됐다. 조별 팀장을 정했고 뒤로 멀리 뛰기, 병뚜껑 컬링, 땅콩(땅콩을 연달아 발성하되 땅을 입소리로 콩을 콧소리로 끊임없이 많이 하는 팀이 승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조수혁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국 전통 놀이’ 제기차기였다. 마틴 아담, 보야니치, 아타루 뿐 아니라 ‘신입생’ 마테우스, 켈빈 등 외인 선수 전원이 참가했다. 외인이 한국의 전통 놀이를 두고 경쟁하는 것인데, ‘이웃 나라’ 일본에서 온 아타루가 12개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타루가 제기차기의 가장 기본인 발 안쪽 모서리로 침착하게 차올린 것과 다르게 아담, 보야니치 등은 익숙하지 않은 듯 축구 리프팅을 하듯 양발차기를 시도해 웃음을 줬다. 의외의 활약을 펼친 건 브라질 새 외인 켈빈이다. 세계 최고의 기본기를 지녔다는 ‘삼바의 나라’ 브라질에서 온 것을 뽐내려는 듯 제기차기 첫 경험에도 10개를 해냈다. 선수들은 크게 환호했다. 루빅손이 9개, 보냐이치가 5개를 각각 기록했고 아담과 마테우스는 나란히 2개를 차고 제기를 떨어뜨렸다.

이밖에 ‘포스트잇을 날려라’도 흥미진진했다. 상대 팀 대표 얼굴에 제한 시간 내 최대한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고, 대표 선수는 얼굴을 흔들거나 찡그리고, 입으로 불어 떨어뜨리는 경기다. 이땐 루빅손이 대활약을 펼쳐 웃음을 줬다.

울산이 전례 없는 전훈 기간 중 레크리에이션을 하게 된 건 홍명보호 출범 4년 차를 맞아 선수단 내 변화 등을 고려해 내부 단합을 위해서다. 설영우, 김영권 조현우 등 아시안컵에 참가한 국가대표 자원이 일부 빠지긴 했지만 여러 선수가 이번 겨울 새롭게 가세해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홍 감독은 “레크리에이션이 선수끼리 딱딱한 분위기를 없애고 웃고, 하나가 되는 데 도움이 되더라. 내가 생각한 것보다 팀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원 팀 문화’를 누구보다 중시하는 홍 감독은 전훈 기간 룸메이트를 두는 것부터 매우 신중한 지도자다. 훈련 기간 피로를 느끼는 선수단에 레크리에이션 행사가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선수 모두 즐겁게 참여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서로 간에 친밀감을 느낀 것에 만족하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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