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배우 안재홍이 또다시 ‘은퇴작’을 갱신했다. 전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음침한 오타쿠로 분해 충격을 안겼던 그는 최근 화제 속에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에서 다시금 ‘은퇴설’에 불을 지폈다.
그가 연기한 사무엘은 서울대 출신이지만 사업에 실패한 뒤 택시운전을 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의 준말)해서 산 아파트 값은 기약없이 하락하고, 취객의 요청에 지방 원정 운전을 가던 중 택시가 침수되곤 만다. 삶이 팍팍하니 한때 뜨거웠던 부부사이도 차갑게 식을 수 밖에 없다.
‘늘 고개 숙인’ 남자인 그는 아내 우진(이솜 분)의 눈치를 보며 가사와 택시 운전을 병행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절친 정수(이학주 분)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를 협박해 돈을 벌게 된다.
“또 은퇴설이 돌 줄 몰랐어요. 하하 ‘LTNS’ 대본을 처음 접했을 때 생활밀착형으로 시작해 장르가 확장되는 면이 흥미로웠어요. 폭넓고 입체적으로 사무엘을 담고 싶었죠. 사무엘이 불륜남에게 맞은 뒤 ‘왜 이 일이 재밌지? 나 살아있는 것 같아’라는 대사에서 광기와 낯선 모습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생각해요. 그렇게 인물을 구성하면서 양파처럼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LTNS’는 기혼자의 성생활을 노골적으로 생생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날 것처럼 생생한 대사와 액션신 못지 않은 전투적인 베드신에 기혼자들 사이에서는 ‘맨날 사랑 얘기하다가 일상 얘기하니까 숨통이 트인다’, ‘차에서 쉬는 장면은 유부남들이 많이 하는 것’의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 미혼인 안재홍에게 이들의 이야기는 조금 먼 이야기다.
“미혼인 제게 ‘부부의 세계’는 미지의 영역이죠. 때문에 현장의 기혼자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어요. 기혼자들 얘기를 듣다 보면 결혼이 마치 칼싸움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말속에 칼이 있어 마치 펜싱 시합을 하는 것처럼 느꼈어요. 일상적인 대화에서 특정 세부 요건들을 쌓아서 작품만의 밀도를 높이려고 했습니다.”
극중 아내 역인 이솜은 영 ‘소공녀’(2018),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2020)에 이어 세번째 연기호흡이다. 연출을 맡은 전고운 감독은 ‘소공녀’로 안면이 있고 ‘윤희에게’(2019)연출자였던 임대형 감독은 안재홍과 학창시절부터 인연이 깊다.
“‘소공녀’에서 만났던 이솜 씨와 전고운 감독도 기대됐지만 대학 이후 임대형 감독과 처음 만나는 거라 더 기대가 컸어요. 임 감독과는 처음으로 교외 인물과 단편 영화 작업을 통해 만났습니다. 임 감독이 장편영화 시사회마다 초대해서 모든 작품을 응원해줬는데 전 감독과 함께 작품을 만든다고 해 꼭 함께하고 싶었죠.”
안재홍은 지난 2015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시작으로 KBS2 ‘쌈, 마이웨이’(2017), JTBC ‘멜로가 체질’(2019)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깎아놓은 듯한 미남은 아니지만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하고 친숙한 외모에 지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순수한 연기가 그의 강점이다.
“시청자들이 제 연기를 보며 어디에나 존재할 거 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때문에 작품의 톤앤매너를 살리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LTNS’에서도 사무엘의 일상에서부터 범죄까지 순간을 담으며 일상연기를 확장하려고 했죠. 연기를 하지 않으면 시청자들에게 감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 일상생활 연기를 신경쓰고 있어요.”
안재홍은 연기 뿐 아니라 연출까지 도전했다. 이솜과 두 번째로 만났던 작품이었던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안재홍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데뷔한 지 15년이 넘은 데도 늘 열정이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지치지 않는 원동력으로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꼽았다.
“‘러브 마이 셀프’.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말만큼 곧은 마음과 기준도 없는 데다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끝없는 연기, 이 마음이 제게는 큰 동력이 됐고 스스로에게 격려를 안겼습니다. 작품마다 은퇴하냐고 질문을 하실 정도로 모든 걸 다 걸고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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