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 기자] 축구대표팀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후폭풍’에 시달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에 더해 선수단 내부 불화가 그 이유였다. 요르단과 준결승을 앞두고 손흥민(32·토트넘)과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이 다툼을 벌였다는 것이다. 축구협회가 곧바로 다툼 사실을 인정하고 일부 선참 선수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찾아가 이강인의 명단 제외를 요청했다는 사실 등이 전해지며 일파만파 커졌다.
이후 이강인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광고사들은 이강인을 점점 지우기 시작했다. 리그앙 중계사는 낭트전에 출전한 이강인의 이름을 화면에서 지우기도 했다. 소속팀에서 밝은 모습으로 훈련과 경기에 나섰으나 차세대 에이스로 불렸던 대표팀에서 이강인의 입지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는 사건이었다.
결국 이강인이 파리에서 런던까지 직접 날아가 손흥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은 21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2번째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쳤다.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긴 시간을 통해 주장의 무게를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자신을 돌아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합을 위해 한 충고들을 귀담아듣지 않아 제 의견만 피력했다.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깊이 뉘우치고 있다. 부족함이 많았다. 대표팀의 다른 선배, 동료에게도 연락해 사과했다. 배려와 존중이 부족했다는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축구선수로서, 한 사람으로서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고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손흥민도 이강인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손흥민은 이강인과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손흥민은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했다.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그때마다 좋은 선배들의 조언과 가르침이 있어 지금의 자리에 있다. 강인이가 잘못된 행동을 다시 하지 않도록 모든 선수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특별히 보살피겠다”라고 했다.
이어 “나도 내 행동에 대해 잘했다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질타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팀을 위해 싫은 행동도 하는 것은 주장의 본분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다시 한번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 해도 팀을 위해 행동할 것이다. 하지만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통솔하도록 하겠다”라며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 대표팀 주장으로서 꼭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손흥민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표팀 내 파벌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편 가르기에 관한 내용은 무관하다. 우리는 늘 한 팀으로 한 곳만 바라보려 노력했다. 많은 사랑을 받았음에도 소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 앞으로 성장하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로써 대표팀 내부 불화는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공은 다시 대한축구협회로 넘어갔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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