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수민이는) 이해가 1도 안 돼요. 제가 가진 성향과 너무 다른 성향이라 어떻게 흡수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두드러기처럼 몸에 빨간 반점도 생겼어요. 절대 이 역할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사 선생님과 심리 상담을 가졌고 프로파일러 분들에게 그런 심리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배우 송하윤은 숱한 화제를 뿌리며 지난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재발견한 보석이다.

고교시절 잡지모델로 데뷔, 어느덧 데뷔 21년차인 그는 뻔뻔하다 못해 극악무도한 ‘K악녀’ 정수민 연기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과 달리 배우 본인은 정수민 캐릭터에 정을 붙이는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수민은 송하윤에게 멀고도 낯선 존재였다.

때문에 캐릭터에 이성적으로 접근해 자신과 캐릭터를 철저히 분리해서 연기했다. 개인 SNS의 사진을 삭제하고 지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연락까지 끊으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악역 연기를 하고 싶을 때 타이밍 좋게 수민을 만났죠.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한 인물을 해본 적 없으니, 정수민이란 인물에 대한 심리적인 고민이 컸어요.”

최종회에서 정수민은 강지원(박민영 분)을 죽이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강지원에게 제압당한 뒤 체포돼 교도소에 수감되는 ‘감방 엔딩’을 맞았다.

정수민은 교도소 내 다른 수감자들에게도 강지원에 대한 온갖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그러다 죽은 박민환(이이경 분)이 면회 오는 악몽을 꾼 뒤 “강지원 죽여버릴거야”라며 소리친다. 반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갱생이 불가능한 인물이다.

“그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들은 엔딩이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곤 했는데 이건 좀 마무리가 안 된 느낌이에요.”

드라마 방송 내내 정수민으로 살았던 송하윤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까지 외면당한 정수민이 안쓰럽다고 털어놓았다. 교도소에 홀로 두고 온 정수민을 누가 지켜주고 사랑할지, 걱정하며 눈물도 흘렸다. 정수민으로 치열하게 달려왔던 후유증이 깊었다.

“다들 수민이를 보셨고, 저도 수민이로 살았잖아요. 있어서는 안되는, 용서가 안되는 인물인데 교도소에 놓고 온 수민이가 너무 마음에 걸려요. 연기한 모든 캐릭터 통틀어 이런 경험은 처음이네요. 놓고 왔다는 생각, 정리해 주지 못하고 어떤 성격조차도 정의 내리지 못한 채 끝났어요. 그간 수민이로 열심히 살았잖아요. 자아를 놓고 연기하다 보니까 항상 함께 있던 친한 친구가 갑자기 한순간에 탁 끊어놓고 오는 느낌이 들었죠.그전에는 분리가 안 된 내 상태로 연기했지만 이번에는 저한테 유난히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송하윤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박민영, 이이경, 나인우, 보아, 공민정 등에도 고마움을 표현했다. 박민영, 공민정, 보아와는 1986년생 동갑내기다. 극 중에서는 심한 말이 오가고 몸싸움도 벌였지만 실제로 돈독한 사이다. 촬영장 분위기도 화목했다 .

“민영이랑 첫 촬영이 병원에서 머리채 잡은 거였어요. 대본 리딩 때 눈물이 자동으로 뚝 떨어졌어요. 서로 점점 몰입이 편해졌죠. 보아 씨도, 민정 씨도 말하지 않아도 암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죠. 이이경 씨와 호흡도 좋았어요. 철저하게 1년동안 준비를 했기 때문에 호흡이랄 것도 없이 저절로 나왔던 것 같아요. 저희 현장이 싸우는 신들이 많다 보니 제작진들이 엄청 보호해 주셨어요. 머리카락 한 가닥도 안 뽑혔어요. 재밌게 잘 찍었습니다”

불혹을 목전에 두고 만개한 송하윤은 ‘내남결’ 인기를 토대로 예능 프로그램 섭외까지 받았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2024년을 누구보다 주목받으며 시작한 만큼 올 한해를 다채로운 작품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촬영을 마치 작품이 있어요. 기쁜 마음으로 재밌게 잘 찍은 작품이라 시청자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음 작품도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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