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이정효vs김기동. K리그1 개막전 매치업으로 손색 없는 조합이다.
이 감독이 이끄는 광주FC와 김 감독의 FC서울은 내달 2일 오후 2시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개막 라운드에서 격돌한다. 개막 라운드에서 가장 기대되는 경기다.
광주는 지난시즌 K리그1 12개 팀 중 가장 적은 인건비를 지출하고도 3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감독은 광주 부임 첫 시즌에 K리그2 우승을 차지하며 다이렉트 승격에 성공했고, 1부 리그에서 맞이한 첫 시즌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그는 지난해 K리그에서 전술가의 면모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지도자다. 화려하지 않은 스쿼드에도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를 구현, 한국 축구 차세대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선수단 관리,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십도 겸비했다. 다소 과격한 표현과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드는 인터뷰로 논란이 되지만, 지도력을 의심하는 이는 없다.
새 시즌 이 감독은 새로운 축구를 그린다.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는 “공간에 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 선수에게 알려주며 경기로 풀어내려고 한다. 잘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 내가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된다”라며 힌트를 줬다.
광주는 여전히 가난한 팀이지만, 더는 강등 후보로 분류되지 않는다. 제주 유나이티드 김학범 감독과 대전하나시티즌 이민성 감독, 전북 현대 단 페트레스쿠 감독 등이 광주를 3강, 혹은 4강의 한 축에 자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전히 위협적인 팀이라는 얘기다.
그런 이 감독이 K리그에서 가장 경계하는 지도자가 바로 김 감독이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는 지출 순위 9위에 자리했지만 준우승을 달성했다. FA컵에서는 우승했다. 부족한 살림에도 김 감독은 포항에서 능력을 증명했다.
서울이 명가 재건을 위해 김 감독을 선택한 것도 그만큼 실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K리그 최고 수준의 조건으로 영입했다. 김 감독은 포항보다 나은 여건과 환경에서 새 도전을 시작한다.
제시 린가드라는 슈퍼스타의 합류와 별개로 서울은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만으로도 기대받는다. 수원FC 김은중, 강원FC 윤정환, 포항 스틸러스 박태하, 인천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등은 서울을 우승 후보로 예상했다. 지난 4년간 파이널B에 머물렀던 팀이지만 우승권에 근접한 팀으로 도약한 것이다. 김 감독의 존재감 덕분이다. 그는 “나도 서울을 후보로 넣고 싶다”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명승부를 연출하며 두뇌 싸움을 벌였다. 새 시즌 첫 번째 길목에서 더욱 뜨거운 승부가 예상된다. 새 시즌 진짜 다크호스가 누구인지 이 경기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린가드의 개막전 출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풀타임은 어려워도 그는 착실하게 동계 전지훈련을 소화했다. 그가 K리그 데뷔전을 치르면 또 하나의 역사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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