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윤세호 기자]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보통은 메이저리그(ML)에서 먼저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는데 자동 볼·스트라이크 시스템(ABS)은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세계 최초로 최상위 리그에서 ABS를 시행한다.
그 시작점이 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찍혔다. 이날 열린 한화의 청백전에서 구심은 모든 볼·스트라이크 콜을 기계를 통해 내렸다. 이른바 ABS 데뷔전이 열렸는데 흥미롭게도 이를 가장 먼저 체험한 선수가 류현진이 됐다. 빅리그 11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체험하지 못한 ABS를 이날 처음 경험한 류현진이다.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류현진은 12년 만에 한국에서 치른 실전에서 류현진 다운 투구를 했다. 46개의 공을 던지며 3이닝 1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했다. 계획대로 3이닝을 소화하며 오는 23일 개막전을 목표로 순조롭게 투구수와 이닝수를 늘렸다. 일본 오키나와 라이브 피칭에서 기록한 최고 구속 139㎞도 4, 5㎞ 가량 끌어올렸다. 이날 류현진이 던진 포심 대부분이 140㎞대에서 형성됐다.
하지만 46개의 공 중 하나가 다르게 다가왔다. 2회 하주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볼넷을 범했는데 볼 하나를 두고 류현진과 ABS의 입장이 엇갈렸다. 류현진은 낮게 형성된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하단부를 통과했다고 봤다. 그런데 ABS에서는 볼이었다.
경기 후 류현진은 당시 상황을 두고 “어떻게 보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수 있었을 공이었다. 딱 그 공 하나가 생각과 달랐다. 그래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 한 개 빼고는 거의 생각한 대로 콜이 나왔다. 좌우 폭도 생각한 만큼 판정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ABS 외에도 이슈가 있다. 무주자시 18초, 유주자시 23초 이내로 투구 모션에 들어가야 하는 피치클락이다. 이날 야구장 곳곳에 피치클락이 가동됐다. ML처럼 일정하게 초가 떨어졌다.
류현진에게는 낯설지 않다. 지난해 이미 ML에서 피치클락을 경험했다. KBO리그는 ML보다 3초 여유가 있다. 류현진 또한 적응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유주자 시에는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현진은 “사실 이 부분을 두고 총재님과 대화했다. 피치클락의 경우 무주자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유주자시에는 어려울 것 같다. 피치컴이 안 들어온 상태라 어려운 상황과 마주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총재님께 전달했다”면서 “총재님도 알고 계시더라. 나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피치컴이 없으면 어려울 것 같다. 피치컴 없이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은 피치클락 관련 경고를 한차례 받기도 했다.
피치컴은 포수와 투수가 투구에 앞서 사인을 교환하는 장치다. ML를 예로 들면 보통 포수가 피치컴 기계 버튼을 무릎 위에 장착한다. 무릎 위에 자리한 버튼을 통해 투수에게 로케이션과 구종을 지시하고, 투수는 모자 안에 들어간 스피커로 포수가 낸 사인 음성을 듣는다. 손가락 수신호가 아닌 버튼으로 사인을 내기 때문에 사인 교환이 빠르다. 사인을 훔치는 것과 관련된 문제도 없다.
KBO는 올시즌부터 피치컴 사용도 허용한다. 지난달 스프링 캠프에서 구단에 피치컴을 전달해 시험하게 했다. 다만 아직 전파승인이 나지 않았다. 피치클락과 더불어 피치컴에도 익숙해지는 게 앞으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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