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이지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비주의’다.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로 데뷔 이후 17년동안 15개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1년에 드라마 한편, 게스트로 나오는 예능 출연도 1년에 한 번이 되지 않는다.
작품에서는 귀족이나 엘리트, 부와 권력을 지닌 인물을 줄곧 맡았다. SBS ‘펜트하우스’(2022)의 심수련이나, ‘판도라: 조작된 낙원’(2023)의 홍태라도 귀티가 흘렀다.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이지아의 이미지와 제법 어울렸다.
지난 7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에선 계급을 오고 가는 김사라를 연기했다. 대형로펌 가문 며느리에서 모든 걸 잃고 쫓겨난 변호사다. 변호사 자리마저 뺏겨 해결사라는 독특한 포지션에서 이혼 남녀를 도왔다.
경력이 적지 않음에도 평소 입지 않은 옷을 입은 탓인지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 재벌가에서는 분위기가 딱 떨어지는 반면, 서민의 김사라를 연기할 땐 어색하다며 매서운 질책을 받았다. 오버스러운 액션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17년차 배우답지 않게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지아는 “홍태라가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인물이라 감정을 최대한 연기했다. 그때 표정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의도하고 연기한 게 전달이 잘 안됐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이번 드라마에는 다채로운 표정 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서 표정이 없다고 말씀하시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끝내주는 해결사’의 시작은 이지아였다. 정희선 작가는 애초에 이지아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 연출 PD가 결정되기 전에 이지아가 캐스팅됐다. 극 중 김사라는 지난 2020년 SBS ‘런닝맨’에 나온 이지아를 모델로 그린 캐릭터다. ‘펜트하우스’나 ‘판도라: 조작된 낙원’의 무게와는 달랐다.
“작가님이 저와 미팅한 뒤 밝은 면이 있다는 걸 보고 ‘사라랑 잘 어울릴 것’이라고 해줬어요. 저는 기영이가 ‘화끈한 형’이라고 할 정도로 평소에는 밝은 편이에요. 신비주의 때문인지 감정 기복이 큰 역할만 들어왔어요. 최근에 유튜브 채널 ‘짠한형’도 나갔으니까, 신비주의는 없어지지 않을까요.”
김사라는 이지아에게 도전이기도 하다. 시댁에서는 고풍스럽고 진중한 분위기지만, 동기준(강기영 분)과 함께 이혼 전문 해결사로 나설 땐 왈가닥 그 자체다. 익숙한 얼굴에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넣은게 ‘연기력 논란’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혼 해결사라는 직업이 멋있었어요. 변호사도 아니고 해결사라는 점에서 사적으로 악질 배우자들을 처단하잖아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찾아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죠. 히어로가 된 기분이었어요. 덕분에 활기차게 웃으면서 연기했죠.”
연기력 혹평이 이어졌지만 현장이 밝고 유쾌하다보니 출연진들과 많이 웃으며 ‘소확행’을 즐겼다. 특히 강기영과 오민석, 나영희와 케미스트리가 상당히 좋았다고 했다.
“기영이와 생각이 다를 땐 서로 대화로 톤을 맞췄어요. 사람을 정말 편안하게 해주는 배우예요. 민석이는 어디로 튈지 모르겠어요. 매신 연기를 다르게 하는데 감정에 젖어 들면 호흡이 딱딱 맞았어요. 나영희 선생님은 저도 처음엔 겁이 났어요. 아우라가 강해서. 카메라 뒤에선 정말 인간적으로 잘 챙겨주시더라고요. 세 분 덕분에 유독 즐거웠죠.”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하지만, 이지아 역시 이혼 경험이 있다. 심지어 국내를 강타한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다. 그런 그가 이혼을 소재로 한 작품에 나온다고 했을 때 일각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적잖게 나왔다.
“그거 저도 까먹었는데, 리마인드 시키지 말아 주세요. 사람들 다 잊었어요. 시간도 오래됐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혼도 행복을 위한 발걸음일 수 있잖아요. 사라가 문제있는 결혼생활을 하는 분들을 위한 캐릭터라서 민감하게 생각 안 했어요.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 길이 아니면 돌아가야죠. 오히려 저에 대해서도 너무 민감한 것 아닌가 싶어요.”
이지아는 예능 분야에서는 블루칩이다. 지난 2020년 SBS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도 크게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최근 유튜브 채널 ‘짠한형’도 많은 관심을 불렀다. 실제 이지아 역시 주위 사람들을 웃기는 것에 욕심이 강하다고 했다.
“‘짠한형’이 진짜 제 모습이에요. 4시간 반 정도 술을 마셨어요. 사람들을 웃기고 싶은데 부끄러움이 있어서 예능은 아직 자신이 없어요. 즐거움을 잘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조금 더 익숙해지면 그때 도전해볼까 하고요. 그전까지 연기로 더 다가가고 싶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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