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피치 클락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왔다. 20분 가까운 시간이 줄었다. 꼭 필요한 부분이다. 논란은 있지만, ‘바른길’로 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끝난 시범경기 총 46경기에서 2023년 대비 평균 경기시간이 19분 단축됐다고 밝혔다. 피치 클락 효과다.

시간제한을 두니 빨라질 수밖에 없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8초, 주자가 있을 때 23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포수는 피치 클락 잔여시간 9초가 남은 시점까지, 타자는 8초가 남았을 때까지 준비를 마쳐야 한다.

아직 정식으로 적용한 것은 아니다. 시범 단계다. 불만과 별개로 해보니 효과가 나왔다. 야구에서 19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1이닝 혹은 2이닝까지도 진행할 수 있다.

KBO리그는 ‘시간’과 싸워야 한다.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다. 800만 관중이 들어온다. 대신 경쟁자가 너무 많다. KBO리그가 ‘콘텐츠’라면 눈길을 끌만 한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대표적으로 영상 플랫폼 OTT가 있다.

‘직관 팬’도 고려해야 한다. 구장에 와서 자리를 잡고, 먹을 것 등을 사려면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30분보다 30분에서 한 시간은 일찍 와야 한다. 경기 후 집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평균 소요 시간은 3시간12분이다. 앞뒤로 30분씩만 잡아도, 팬이 야구를 보기 위해 쓰는 시간은 4시간 이상이다. 거리에 따라 더 길어진다. OTT 등으로 드라마 4편 이상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집에서 TV로 보는 팬도 있다. 이쪽은 아예 OTT와 직접 경쟁 대상이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야구는 뒷전이 될 수 있다. 하물며 OTT만 있는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만 열면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한다. 동영상 플랫폼도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이 넘쳐흐른다. 이제 10분짜리 영상도 잘 안 본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3시간은 너무 길다. KBO리그가 ‘두려움’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답은 하나다. 경기 시간 단축이다.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줄이면 줄일수록 현장을 찾은 팬들의 귀가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다른 일을 할 여유도 생긴다.

반대도 가능하다. 시작 시각을 6시30분이 아니라 7시로 늦추는 쪽도 생각할 수 있다. ‘지금 가봐야 앞에 1~2회는 못 보겠네’ 하는 생각을 줄일 수 있다. 돈을 냈으니 시작부터 즐기고 싶은 팬이 당연히 많다. 더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현장에서는 볼멘소리도 제법 나왔다. 피치컴 없이 피치 클락 제도는 어렵다고 하는 선수도 있다. 피치컴은 사인 훔치기를 막기 위해 나온 기기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모든 선수가 쓰는 것이 아니다.

처음 도입하면 시행착오는 있을 수밖에 없다. 과정을 밟고 있다. 갑론을박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나는 확실하다. 결국 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이 달라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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