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김연경(36·흥국생명)은 이번에도 웃지 못했다.
김연경이 활약하는 흥국생명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2-3 패했다. 앞선 1~2차전에도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졌던 흥국생명은 3연패로 챔프전 시리즈를 마감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연경을 위한 ‘해피 엔딩’은 이번에도 없었다. 벌써 세 번째다. 김연경은 V리그로 돌아온 지난 2020~2021시즌에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쌍둥이 학폭 논란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지난시즌에는 0% 확률의 희생양이 됐다. 흥국생명은 챔프전 1~2차전을 잡고도 3~5차전을 내리 패하며 한국도로공사에 타이틀을 내줬다. 역대 V리그 여자부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시즌을 앞두고 김연경은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현대건설 입단을 타진하다 결국 흥국생명에 남았다. 절치부심한 김연경은 여전한 기량으로 흥국생명을 이끌었다. 세터, 미들블로커 쪽에 약점이 있고 외국인 선수가 바뀌는 악재 속에서도 김연경은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뛰어난 수비 능력을 선보이며 정상급 기량을 자랑했다. 개인은 빛났지만 염원했던 우승은 손에 넣지 못했다.
지난해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1년 계약했다. 이제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사인하지 않으면 은퇴로 이어진다. 흥국생명은 무조건 김연경을 잡는다는 입장이다. 최고 대우로 재계약해 김연경의 해피 엔딩을 그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당연하게도 우리는 김연경과 더 하고 싶다. 스스로 은퇴하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재계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전히 최고의 선수 아닌가. 다음시즌에도 함께하길 기다린다”고 말했다.
관건은 김연경의 결정이다. 김연경은 1988년생으로 만 36세다. 다음시즌 도중에는 37세가 된다. 활동량이 많고 공수에 모두 깊이 관여하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동하기 쉽지 않은 나이다. 김연경이 은퇴를 선택한다면 막을 방법은 없다.
나이를 지우면 얘기는 달라진다. 김연경은 여전히 실력이 출중하다.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서 김연경보다 나은 국내 선수는 없다. 내림세라면 은퇴를 고려할 만하지만, 아직은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우승하지 못한 것도 김연경에게는 현역 연장을 선택할 만한 요인이 된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의 ‘영웅’이다. 실력이 여전히 좋은데 이대로 우승 타이틀 없이 물러나기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세 번의 준우승은 오히려 김연경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극적 서사가 될 수 있다.
V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김연경의 은퇴는 손해다. 김연경은 여전히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닌다. 김연경이 뛴 플레이오프 평균 시청률은 2%를 넘었다. 김연경 한 명이 리그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김연경 역시 현역 연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 측 관계자는 “온전히 선수의 결정이라 아직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모르겠다”라면서 “구단도 FA 구상을 해야 하니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며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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