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전국의 치킨집 사장들이 배달앱의 갑질 횡포에 보이콧 움직임을 보인다. 과도한 앱 이용 수수료에다 올해 새로운 요금제 도입으로 배달비가 추가로 늘어나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반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과 쿠팡이츠는 거래량을 늘려 점주들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고 주장해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BHC치킨과 교촌치킨, 굽네치킨, BBQ치킨, 푸라닭 등 전국 5대 치킨 브랜드 점주들 대표 5인은 최근 모임을 갖고 배달앱의 갑질에 항의하는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치킨집 사장님들 입장’을 내놓았다.
전국 5대 치킨 점주 대표는 입장문에서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들의 최근 일방적인 요금제 변경으로 소상공인들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 등 6000원을 떼인다. 팔면 팔수록 이익을 보기는커녕 손해를 보는 역마진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가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가운데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앱에 내는 수수료, 배달비 부담까지 늘어나 아무리 팔아도 인건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며 적자를 보기도 한다고 절박함을 토로했다.
◇ 치킨집 죽이는 배달 앱 신규 요금제
치킨집 점주들은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가 올해 새로 도입한 요금제가 부담을 크게 가중한다고 주장한다.
배달의 민족이 올해 1월부터 도입한 배민1플러스 요금제는 점주들이 앱 이용 수수료 6.8%(매출액 기준)를 내고 배달비도 30~60% 더 부담하게 된다. 점주들이 부담하는 배달비의 경우 종전 요금제에서는 점주들이 스스로 결정해 1000~2000원 수준에 머물렀는데 새 요금제에서는 배달 앱이 일괄적으로 3000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쿠팡이츠도 최근 배민1 플러스와 비슷한 ‘스마트 요금제’를 도입해 역시 점주들의 배달비 부담을 높였다. 쿠팡이츠의 새 요금제에서 앱 이용 수수료는 매출액 대비 9.8%로 배달의 민족보다 높다. 요기요는 앱 이용 수수료가 무려 12.5%에 달해 역시 점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원가의 50% 전후를 비용으로 지출한 후 나머지 매출에서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고 다시 배달앱에서 수수료와 배달비 등 떼이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 치킨 한 마리 3만~4만원 시대 멀지 않아
전국 5대 치킨 점주 대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장사를 접어야 하거나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치킨 한 마리에 3만~4만원 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배달앱의 횡포가 국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현실이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600만 자영업자와 국민의 피해는 실로 크다. 국민 간식 치킨을 지켜야 한다. 외국계 자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이유가 남의 나라 중소상인의 고혈을 빨기 위함인가”라며 “국내 5대 치킨 브랜드 점주 대표들은 분명히 경고한다.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배달앱의 일방적인 요금제를 전면 보이콧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이 같은 배달 앱들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법의 불공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어 관련 규정의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담당 부서 관계자는 “원래 요금제, 수수료라는 게 소상공인이나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 가격이 올라가서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작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해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 지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은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고객의 배달비 부담을 경감함으로써 거래를 활성화하고 이는 점주들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며 점주들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배민1플러스의 중개 이용료율이 6.8%로 국내 주요 배달앱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이라고 설명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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