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이 순식간에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그동안 라인은, 일본의 메신저 정도로 알려졌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나라 카톡처럼 일본과 동남아의 국민 메신저란게 이번 기회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라인은 일본 내에서 1억명 가까이, 동남아를 더하면 약 2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이다.

아시아권에서 시장 장악력이 어마어마한 라인은, 네이버가 지분의 절반 그리고 기술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의 유일한 글로벌 플랫폼이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처럼 전세계로 뻗을 가능성도 있기에, 미래가치는 값을 매기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일본정부가 정보 유출을 빌미로 라인을 욕심내는 듯 하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좋은 물건은 비싼 값에 팔 수 있다. 그런데 라인이라는 회사를, 단순한 상품으로 판단해 매각하기엔 아깝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하다. 반도체와 자동차만 팔아 생존하기 힘들다. 신수종 비즈니스가 필요한데 차세대, 아니 현재 대세가 된게 플랫폼 사업이다. 메신저 플랫폼을 통해 소통과 유통, 결제까지 이뤄지기 때문이다.

라인을 순순히 넘기면 그건 “엄청난 자원을 내재한 경제적 영토를 뺏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의 자본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일본 총무상이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손녀의 손자)라는게 아이러니다. 이는 지극히 우연한 악연(?)이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일제강점기의 국권 찬탈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대통령실은 라인사태에 대해, 반일몰이가 아닌 민간기업 간의 협상이라며 한 발 떨어져 있다. ‘관건은 제값을 받을 수 있느냐’가 본질이라는 시각도 엿보인다. 이에 민주당에선 사이버 영토침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총독부가 할법한 일을 한다고 연일 비난하고 있다. 독도로 향한 조국혁신당은 친일을 넘어 숭일 정권이라고 성토중이다. 여당 일각에서도 일본이 네이버 지분을 빼앗는데 정부가 못 막고 있다고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판단처럼 제값을 받는게 필요하고 그게 본질이라면, 네이버도 고민할 지점이 있다. 이왕 팔거면 일본 소프트뱅크가 아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상을 찾으면 된다. 라인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디지털 시대의 실크로드이며 신경망과 같다. 일본쪽이 아닌 차라리 중국기업에 수십배 비싸게 파는게 더 남는 장사다. 그러면 일본정부와 소프트뱅크가 황급히 몸을 맞추며, 원점으로 돌아갈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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