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 기자] “배구선수 박철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V리그의 산증인 박철우가 정든 코트를 떠난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선수로서 쓸모를 다하면 은퇴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했더 이야기인데 이제 그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2003년 10월 실업으로 와서 약 20년간 프로생활을 하며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선수로서의 마지막이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운을 띄웠다.
박철우는 남자배구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플레이어다. V리그 원년인 2005년 현대캐피탈을 시작으로 삼성화재, 한국전력을 거쳐 19시즌 간 활약했다. 564경기 1945세트에 출전한 그는 6623점을 올렸다. 이는 V리그 최다 1위 기록이기도 하다.
우승 반지도 숱하게 꼈다. 그는 현대캐피탈에서 2005~2006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는 2010-2011시즌 챔프전 우승 및 2011~2012시즌부터 통합 3연패를 일궜다.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2020~2021시즌 한국전력으로 둥지를 튼 그는 미들블로커로 변신해 팀에 보탬이 됐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설 자리는 줄었다. 구단과의 재계약으 불발, 고민 끝에 지난시즌을 끝으로 코트와 이별하기로 결심했다.
박철우는 “프로에 와서 첫 인터뷰 질문이 어떤 선수가 되고 싶냐고 했을 때 너무나도 당연히, 하지만 너무나 건방지게 ‘제2의 누구가가 아닌 제1의 박철우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했고, 그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고, 최고가 되지는 못했지만 제1의 박철우라는 꿈을 만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20년 동안 너무나 좋은 일들과 너무나 힘든 일을 겪으며 기쁨과 좌절의 시간도 있었지만, 선수 마지막에 와서는 그 모든 일들이 인생이고, 저를 더욱 단단히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고 돌아봤다.
끝으로 그는 “함께했던 동료들과 코칭 스태프들에게도 감사하고 영광이었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힘이 돼주었더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은퇴는 마지막이 아닌 더 나은 사람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공부하고 배워서 다시 코트에서 만나뵐 거라 약속하겠습니다. 언젠가 또 제1의 박철우를 꿈꾸며, 배구선수 박철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코트를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다. 박철우는 차기시즌 배구해설위원으로 배구공이 아닌 마이크를 잡고 새로운 모습으로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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