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그냥은 없다. 잘하는 데에는 뚜렷한 비결이 있다. 그런데 신예 선수 대다수는 이를 잘 모른다. 그냥 잘 되는 줄 알고 방심하다가 한 번 무너지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두산 신인 김택연은 반대다. 왜 자신이 좋은 결과를 내는지, 그리고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안다. 그래서 미래가 기대된다. 프로 첫 세이브가 향후 수많은 세이브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위기에서 더 강하다. 김택연은 지난 22일 잠실 SSG전 7회초 1사 3루에서 등판해 실점하지 않았다. KBO리그 최다 홈런 타자 최정과 마주했는데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괴력의 포심 패스트볼로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를 상대로는 행운이 따랐다.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정면으로 향했다.

8회초에도 등판한 김택연은 삼자범퇴로 임무를 완수했다. 1.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 전날 세이브에 이어 이날도 상대 중심 타선을 잡아내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후 김택연은 최정과 승부한 순간을 두고 “조금 긴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마운드 위에 올라간 이상 타자 이름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내 공을 100%로 던지는 것만 신경을 썼다”며 “그런데도 좀 흔들렸다. 그래도 풀카운트에서 자신 있게 던지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과정을 돌아보면 3구 몸쪽 하이볼이 결정적이었다. 볼카운트 1-1에서 김기연 포수의 사인에 따라 몸쪽에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고 최정은 이에 헛스윙했다. 힘 대 힘의 승부에서 김택연이 우위를 점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슬라이더와 포심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빠졌지만 다시 포심을 던져 삼진을 완성했다.

김택연은 “타자가 누구든 최고의 공을 던지면 후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연이 형이 몸쪽 사인을 내길래 최대한 잘 던져야 한다고 마음먹고 던졌다. 슬라이더 후 하이볼을 던졌기 때문에 시야를 흔들 수 있었다고 본다”면서 “과정이 좋다 보니 결과도 잘 나오고 운도 따른 것 같다. 에레디아 선수와 승부할 때는 에레디아 선수가 잘 쳤는데 운이 따랐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김택연의 최대 장점은 포심 패스트볼이다. 과거 오승환의 전성기 시절처럼 중력을 거부하는 속구를 던진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도 안다.

그는 “나는 스트라이크존 좌우보다는 위아래로 승부하는 투수”라며 “메이저리그에서 속구가 좋은 투수들을 보면서 이들이 어떻게 타자와 상대하는지 참고하고 있다. 스펜서 스트라이더, 게릿 콜 같은 선수를 본다. 하이볼을 많이 던지기 때문에 떨어지는 변화구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슬라이더, 커브를 꾸준히 신경 쓰고 있다. 높게 던지는 것과 낮게 던지는 것 모두 확실하게 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미 자신이 갈 길을 알고 있다. 즉 남은 것은 발전뿐이다. 지난해 9월 드래프트 당시 “즉시전력감이자 미래 클로저”란 평가가 정확했음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머지않은 시점에서 두산 영건 군단의 ‘끝판왕’이 될 김택연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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