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생애 첫 드라마 주연작 tvN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로 ‘만인의 연인’이 됐다. 그렇다고 반짝 스타는 아니다. 데뷔 9년간 단역과 조연을 차근차근 밟으며, 서른셋 어찌 보면 늦은 나이에 신드롬 그 자체가 됐다.
변우석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릴 때까지 스스로 무수한 날들을 채찍질하고 다독여온 그는 열병 같은 인기에도 휘청이지 않았다. 소년처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고 겸손한 눈빛과 목소리로 속내를 전했다.
종영 인터뷰에 나서기 이틀 전 그는 서울 용산에서 진행된 최종회 단체관람 이벤트에 참여했다. 드라마를 아껴준 수많은 팬들과 함께 한 특별한 자리였는데, 스태프들이 객석을 채운 관에 들러서는 고마움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30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변우석은 그날의 눈물에 대해 “드라마를 찍으며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하셨다. 조명팀은 촬영 1~2시간 전에 먼저 가서 설치해 놓으시고, 촬영 감독님도 새벽부터 나가서 예쁜 장면, 각도를 고민하셨다. 16회를 보는데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 사진이 나오니까 감정이 격해졌다. 너무 감사해서 그 마음을 전하려니 감정이 올라왔다. 선재를 이제 정말 보낸다는 마음도 공존해서 그랬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원래도 눈물이 많은 변우석은 최종 대본을 받고도 많이 울었노라고 했다. 그는 “16화는 밝은 느낌이 많았는데도 눈물이 나더라. 이제 정말 드라마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싶어서 다 울고 얘기해야지 하고 (이시은) 작가님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통화를 하자마자 또 눈물이 터졌다. 작가님이 ‘나도 선재를 보내고 싶지 않다. 너무 좋고 사랑하는 캐릭터다’라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선업튀’는 톱스타 류선재의 열혈팬 임솔(김혜윤 분)이 돌연 사망한 최애를 구하기 위해 15년전 과거로 돌아가는 쌍방구원 로맨스를 그렸다. 그에 따라 변우석도 19세, 20세, 34세 다양한 나이대의 선재를 조금씩 다르게 연기하려 노력했다.
그는 “열아홉 선재는 운동만 계속했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솔이가 처음이라 서툰 모습이 많고, 스무살 선재는 솔에게 고백은 했지만 못 만난 시간도 있어서 조금은 성숙한 느낌이었다. 서른넷 선재는 톱스타니까 마음은 같아도 몸짓이라든가 그런 디테일을 좀 다르게 가져가려고 PD님, 작가님과 많이 이야기하며 만들어갔다. 다행히 같은 나이대를 몰아서 찍을 수 있게 배려해주셔서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런 노력 덕에 ‘선업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모으며 숱한 이들을 ‘선재앓이’에 빠뜨렸다. 정작 변우석은 “개인적으로는 선재의 감정 표현이라든가 발성, 발음 등 부족한 게 많이 보여서다시 찍고 싶은 장면도 너무 많다”라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그 전에도 많은 작품을 찍었는데, 누군가는 ‘못했다’ 누군가는 ‘좋았다’ 해주신 것 같다. 그래서 아픔이 왔을 때도 힘들지만 이겨내려고 노력했고, 그런 단점을 보완하면서 지금의 선재가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라며 “저도 어릴 때 일찍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지만 부족해서 못 받았고(웃음) 그래도 매순간 묵묵히 최선을 다한 게 결국 나 자신에게는 좋았던 것 같다”라고 미소지었다.
가장 좋았던 주변 반응을 묻자 “팬들이 ‘월요병 치료제’라고 해주신 게 정말 좋았다. 나도 월, 화요일이 싫은 날이 너무 많았는데 그 순간이 기다려지신다니 기뻤다. 월화 빼고 수, 목, 금 3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냐”라며 “같이 드라마했던 동료들이 코미디 연기가 웃기다고 많이들 얘기해줘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상대역 김혜윤과 1년여 넘는 시간 동안 절절한 쌍방구원 로맨스를 그린 터라 “실제 사귀는 거 아니냐”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김혜윤이 열애설 질문에 “잘 돼서 떠나는 동네오빠같다. 멀어져가는 오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라고 답했다고 하자, 변우석은 “멀어져간다니 다가가는 변우석이라고 해야하나? (웃음) 혜윤이는 항상 응원하는 좋은 동료다. 연기자로 존경하고, 혜윤이가 연기한 솔이 정말 설렜다”라고 말했다.
극중 류선재가 속한 밴드 이클립스의 OST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변우석은 메인테마인 ‘소나기’를 비롯해 5곡을 직접 부르며 팬들의 고막까지 강타했다. 그는 “원래 노래를 좋아하긴 하는데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음악감독님이 디테일하게 가르쳐주신 대로 녹음한 곡들이다. 그래서 노래는 자신이 하나도 안 생겼다. (팬들이 노래를 기대해서) 걱정된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극중 류선재와 자신의 싱크로율에 대해 “선재의 가장 큰 매력은 굳건함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할 줄 알고, 먼저 다가가고, 기다릴 줄도 아는 그 모든 면이 선재의 매력이었다. 나 역시 누군가를 좋아할 땐 깊게 좋아하는 것 같다. 선재는 되게 그런 감정 표현이 서툰 편인데 난 표현을 좀 더 잘 하는 것같다. 좋아하는 마음을 확실하게 얘기하니까 좀 다르달까”라고 말했다.
변우석은 6월 대만을 시작으로 아시아 팬미팅에 나선다. 최근 서울 팬미팅 예매가 진행됐는데, 60만명이 몰려 초고속 매진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팬미팅에 대해 그는 “예전에 일본에서 팬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뭘 보여드려야 하나 고민하느라 즐기지를 못했다. 팬들이 큰 돈과 시간을 들여서 와주신 건데 내가 불편하고 부담스러워하는 걸 보면 행복할까 싶더라. 이번 투어 동안에는 행복하고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도록 재밌게 즐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생캐’ 선재에게 “1년 동안 선재로 살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고맙고, 나에게 와줘 행복했다”라고 인사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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