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제가 밖에 돌아다니지 않아서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는데 SNS나 알고리즘에 리액션 영상이 뜨더라고요. 영화관을 빌려서 마지막회를 다같이 본 것도 처음이고, 팝업 스토어 행사까지 열려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느꼈어요.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죠.”

배우 김혜윤에게 tvN ‘선재 업고 튀어’는 예상치 못한 행운으로 남았다. 약 두 달 간 임솔로 살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했던 그는 류선재(변우석 분) 때문에 마음 아파 눈물을 쏟고, 추위와 싸우며 수중신을 찍고 와이어에 매달리는 등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해 작품과 함께 최전성기를 맞았다.

“솔이는 사건사고가 일어나도 오뚝이처럼 바로바로 일어나는 끈기있는 친구예요.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죠. 저는 힘든 일이 닥치면 주저할 때도 있고 자책할 때도 있는데 솔이에게 많은걸 배웠어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류선재(변우석 분)와 함께 성장해가는 임솔의 모습은 배우 김혜윤과 닮았다. “장래희망이 계속 바뀌었다가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연기학원을 등록했다”는 김혜윤은 SBS ‘대풍수’(2012) 등에서 단역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KBS2 ‘TV소설 삼생이’(2013)로 정식 데뷔했지만 무명 기간이 길었다. 건국대학교 재학 시절에는 거의 매해 수많은 단편 영화를 찍었다.

“단편을 찍었던 그 순간들이 있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묵묵하고 꾸준히 버틴 제 자신이 대견해요. 후회는 없지만 과거로 돌아간다면 입시 영상을 찍었던 것만큼은 조금 피하고 싶어요 (웃음).”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누군가의 여동생, 딸, 학생, 편의점 알바생 등을 연기했다. 마침내 JTBC ‘SKY 캐슬’(2018)의 강예서 역,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에서 은단오 역으로 주목받은 ‘대기만성형’ 배우다.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2022)로는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등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청춘물인 ‘선재 업고 튀어’에서는 교복을 입고 통통 튀는 발랄한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아직 교복을 입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더 앳된 모습을 연기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불러 주시면 또 교복을 입을 생각이 있어요.”

1996년생, 27세인 김혜윤은 ‘선재 업고 튀어’에서 타임슬립을 통해 10, 20대와 30대를 오가는 연기를 펼쳤다. 드라마는 싸이월드, MP3, 생과일 전문점 캔모아 등 2000년대 당시 유행했던 문화를 그대로 재현하며 당시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추억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김혜윤도 친언니와 함께 당시 문화를 향유하며 자란 세대다.

“극중 임솔이 91년생으로 설정됐는데 친언니도 91년생이죠. 언니랑 ‘와와걸’ 잡지도 봤고 MP3, 전자사전도 가지고 다녔고 싸이월드도 했었죠. 그래서인지 친언니가 유독 이번 방송은 본방사수를 하더라고요. 사진을 찍어서 이 장면 재밌다고 피드백을 줬어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추위와의 싸움을 꼽았다. 겨울에도 여름 옷을 입어야 했고 때로 입김이 나오는 걸 감추기 위해 찬물을 뿌리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거나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연기할 때도 많았다.

“방송을 볼 때마다 ‘내가 어떻게 저렇게 울었지?’ 했어요. 솔이가 감정 잡는 장면이 많은데 옆에서 우석 오빠가 배려를 많이 해줘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제가 울음이 나오는 타이밍에 오빠가 들어와 줬거든요. ‘태성 좋아’ UCC 장면도 제 연기 인생에서 손꼽게 힘들었어요 (웃음).”

변우석과는 과거 웹드라마 촬영장에서 스쳐 지나갔다. 실제로도 배려심이 많고 자상한 성격이라며 친해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밝혔다. 류선재가 감정이 복받치지 않는 장면에서도 임솔이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송건희와는 ‘SKY 캐슬’ 이후 6년 만에 재회했다. 김혜윤은 “아이디어가 넘치고 열정과 에너지가 좋은 친구”라고 칭찬했다.

극 중 임솔은 류선재의 팬으로 방 안 곳곳에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김혜윤은 누군가의 열성팬인 적이 없어 자신의 팬들을 보며 연기에 참고했다.

“방에서 촬영할 때마다 느낀 거지만 고개를 돌릴 때마다 선재가 있더라고요 (웃음). 내 방 모든 곳에서 선재가 쳐다보는 느낌? 이게 덕질이구나 싶었죠.”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혜윤은 “연락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직업을 가진 배역이 없었는데 차기작에서는 직업이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남한테 보여지는 직업이다 보니까 제 자신한테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배우 김혜윤이 아닌 인간 김혜윤의 행복을 찾고 있어요. 잠도 푹 자고 게임도 해보고 많이 먹고 그러면서요. 행복을 찾으면서 분주하게 일도 하고 싶습니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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