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모든 드라마가 다 완벽할 순 없는 법이죠. ‘옥에 티’까지 보일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시안으로 왔을 때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갖고 왔는데 저희도 ‘이게 뭐야’란 생각이었죠. 군번줄처럼 기스도 많이 나더라고요 (웃음).”
tvN ‘선재 업고 튀어’ 연출을 맡은 윤종호PD는 13회에서 류선재(변우석 분)가 임솔(김혜윤 분)에게 관람차에서 선물한 목걸이의 비하인드를 이같이 밝혔다. ‘군번줄’을 떠오르게 하는 ‘S’가 새겨진 목걸이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공동 연출을 맡은 김태엽PD는 극 중 임솔이 ‘우유송’을 개사한 일명 ‘태성 좋아’ UCC 장면을 찍을 당시를 떠올렸다. 극 중 2008년으로 타임슬립한 임솔이 태성(송건희 분)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장면으로, 시청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김PD는 추위도 이겨냈던 김혜윤이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어했던 신이라고 회상했다.
“그 시절 영화감독을 꿈꾸는 솔이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담은 선물 같은 느낌인 거죠. 그래서 그 당시 트렌디한 온갖 편집 기술을 넣지 않았을까란 설정, 태성에게 어필하는 19세 솔이의 진심이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저의 마음, ‘항마력’과 싸워야 하는 김혜윤 씨의 치열한 투쟁의 결과였죠.”
미장센도 언급했다. 윤 PD는 “2008년이란 먼 것 같으면서도 가까운 과거”라며 “그 시간을 그린다는 게 쉽지 않았다. 주인공들은 멋있고 사랑스럽게 나와야 하니까 2008년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미장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극 중 화제를 모은 우산 신은 영화 ‘늑대의 유혹’(2004) 속 강동원의 우산 신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을 참고했다. 윤 PD는 “레퍼런스를 하면서 ‘우리만의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차별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시청자 분들이 그걸 예쁘게 봐주셔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지 않았나”고 만족감을 보였다.
김혜윤의 경우 연기에 대한 부분을 신경 써서 준비했다면, 변우석의 경우 그가 가진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연출했다. 윤 PD는 변우석에 대해 “가진 장점이 많은 친구”라며 “형 동생 관계를 만들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친구가 가진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고 했다.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김 PD는 변우석이 가진 뜻밖의 장점을 발견했다. 그는 “잘생긴 얼굴로 코미디를 그렇게 잘 하더라”며 촬영 현장에서 놀랐던 기억을 떠올렸다. 극 중 변우석이 속한 밴드 이클립스의 콘서트 장면을 연출한 김 PD는 “부담이 많이 됐다. K드라마에서 공연 장면 구현이 멋있게 잘 됐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20대 때 밴드 활동을 해봤다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연출은 이클립스 인기를 견인하는데 큰 몫을 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화제성만큼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속상했다는 윤 PD는 “어제 반응은 분명 핫하던데 시청률은 왜 이럴까 저희끼리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보고 싶을 때 몰아서 보시는 분들은 일부러 안 보고 있다가 16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신다. 그래서 이제 (시청률보다는) 화제성이 더 중요하지 않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선재 업고 튀어’는 최고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를 기록한 최종회를 제외하면 방송 내내 3~4%대 시청률을 보였다. 하지만 화제성은 1위를 휩쓸며 신드롬급 인기를 보였다.
윤 PD는 “편성이 12월 정도에 잡혀 있었는데 운과 여러 상황들이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공에 겸손함을 보였다. 또한 극본을 맡은 이시은 작가의 공으로 돌리며 “글이 좋으면 그 글 안에 50%만 표현해도 시청자들은 좋아한다고 얘기를 한다. 그만큼 글이 중요하다. 그 글을 얼마나 우리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선재 업고 튀어’의 성공에 “하루하루가 꿈 같다”며 “더 열심히 해서 또 이런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윤 PD는 “큰 사랑을 받아서 하루하루가 어떤 기분으로 사는지 모를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번 작품은 유독 고생한 만큼 보람을 크게 느껴 감사하다. 더 좋은 연출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다음 연출 계획도 밝혔다. 윤 PD는 “‘선재’ 대본을 보는데 쭉쭉 읽히더라. 그게 털어지지가 않아서 다른 작품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고 애정을 보이며 “제가 장르물을 많이 연출했는데 로맨스나 치정물도 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 PD는 “‘월요병 치료제’란 콘텐츠 제작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라고 생각한다”며 “쌍방구원 서사인 줄 알았는데 모두가 구원받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그런 따뜻한 정서를 지닌 작품을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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