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원더랜드’는 인공지능(AI)으로 부활시킨 망자와 산자의 교감을 그린 영화다.
극 중 승무원 커플인 정인(수지 분)과 태주(박보검 분)가 어떻게 연인이 돼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영화는 깊게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서있는 것만으로 한폭의 그림같은 두 선남선녀의 커플사진이 공개되자 대중들 사이에서는 ‘박보검 수지 열애설’이 제기될 정도로 “진짜 연인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보검과 수지는 이같은 반응을 어느정도 예상했다며 “연인으로 연기한 모습이 그만큼 자연스러웠다는 것 아닐까”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보검 “수지와 더 진한 멜로를 하고 싶어요”
‘원더랜드’는 한 사람의 살아온 여정을 데이터화해 휴대전화에 복제한다는 상상이 담겼다. 극중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죽거나 보지 못한 사람과 만날 수 있다.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질문이 박보검의 마음을 건드렸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는 소재가 흥미로웠어요. 정작 영화를 보고 나니까 원더랜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신청하진 않을 것 같아요. 사람이 오고 간 자리엔 온기가 있는데, 원더랜드는 온기가 없잖아요. 해리(정유미 분)에게도 외로움이 느껴져요. AI 속 태주는 늘 밝고 쾌활하잖아요. 인간은 슬프기도 하고 예민해지기도 하는데요. 인간과 똑같지만, 진짜를 채우진 못하는 것 같아요.”
박보검은 두 명의 태주를 연기했다. AI 태주와 실존하는 태주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태주는 뇌사상태에 빠졌다. 연인 정인은 태주를 그리워하다 못해 죽지 않은 태주를 복제했다.
AI 속 태주는 정인보다 정인을 더 잘 아는 다정한 남자다. 긍정적이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깨어난 태주는 뇌손상 때문에 어둡고, 생기를 잃었다.
“AI 태주는 활기차고 이상적이죠. 즐겁게 연기했어요. 남아있는 사람이 슬프다고 할 때 같이 슬퍼해주는 것이 꼭 좋은지 모르겠더라고요. 차라리 AI 태주처럼 밝은 모습이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실 태주는 이상하게 보였으면 했어요. ‘내가 누구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혼란과 괴리에 빠진 인물이요. 진짜와 가짜 경계선에 있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보검과 수지의 만남만으로 ‘원더랜드’는 화제성이 크다. 실제 두 사람은 사귄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인 케미스트리를 보여줬다.
“수지랑은 시상식 MC로만 만나다가 이번에 첫 호흡을 맞췄어요.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고, 정인과 태주의 서사를 저희끼리 쌓았어요. 서로 좋아하는 걸 어떻게 표현했을까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죠. 정말 재밌어서, 다음에는 진한 멜로를 같이 해보고 싶어요.”
◇수지 “박보검의 눈빛과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요”
극 중 수지가 연기한 정인은 AI를 가장 완벽하게 활용했다. 모닝콜부터 각종 비타민이 놓인 위치까지 AI 태주가 모두 알도록 훈련시켰다. 덕분에 실수없는 삶을 영위했다. 특별한 감정 없이 태주를 비서처럼 다루는 모습이 다른 인물들과 달리 더욱 자연스러웠다.
“정인은 AI 태주를 기계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AI 덕분에 위로를 받고 살아왔지만, 현실의 태주가 돌아오면서 AI 태주는 사실상 필요가 없게 된 거죠. 태주가 깨어난 뒤 AI의 전화가 왔는데, 고민없이 끊어버리거든요. 다정했던 태주를 AI로 만들었는데,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켠에는 외로움이 있었을 거라고 봐요.”
배우들의 상상과 고민을 최대한 수용하는 김태용 감독 덕분에 수지는 작품에 대한 생각의 범위를 넓혔다. 박보검과 함께 더 깊게 인물을 파고들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매 순간 인물의 감정이 자연스럽다. ‘연기력 논란’으로 오랫동안 홍역을 치른 수지는 한 순간도 보이지 않았다.
“‘원더랜드’는 유독 연습과 공부를 많이 했어요. 특히 감독님에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의견을 내고 수용하는 작업이 특별했어요. 이전에도 연구를 많이 했지만, 그 깊이가 완전히 달랐어요. 매순간 가장 알맞은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거든요. ‘원더랜드’를 촬영하면서 연기의 즐거움을 알았어요. 앞으로 더 잘 표현하고 싶어요.”
시상식 MC로도 호흡을 맞췄고 연기자로서 방향을 선택해야 했던 중요한 시기, 연인으로 연기한 박보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워낙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도 했고,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을 받기도 했어서다. 수지는 앞으로도 또 좋은 기회를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고 했다.
“보검의 눈빛이 전말 인상 깊었어요. 현실 태주를 보고 있으면, 제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많은 걸 담고 있는 눈빛이었어요.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상황에서 만나면 저 얼굴이 어떻게 달라질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꼭 다시 작품에서 만나보고 싶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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